대규모 임원승진..연구개발.해외판매 역량 강화
'금녀벽'도 깨졌다..여성임원 2명 탄생

현대.기아차그룹이 24일 단행한 임원인사는 글로벌 톱5 기업을 향한 세대교체와 연구개발(R&D) 및 해외판매 역량의 강화로 집약된다.

또 사상 최대 규모인 304명이 임원으로 승진한 것은 올해 전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도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이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데 대한 보상 성격으로 풀이된다.

새로 승진한 임원 중 이사와 이사대우가 226명에 달해 실무책임자의 폭이 두터워졌으며, 현대기아차 사상 처음으로 여성임원이 탄생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 '성과 보상'..사상 최대 승진 = 현대.기아차그룹이 이날 발표한 이사 대우 이상 승진 대상자는 모두 304명이다.

김용환 현대차 기획조정실담당 사장과 정석수 현대모비스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사장 승진자는 없지만 7명이 부사장이 됐다.

전무는 29명, 상무 40명, 이사 96명이며, 이사 대우 직함을 달고 처음으로 임원이 된 사람만도 130명에 달한다.

글로벌 경영위기를 겪었던 지난해 204명보다 무려 100명이 많고 조직이 상당 부분 커졌던 2007년 264명보다도 40명이 많은 사상 최대 규모다.

승진자가 많은 것은 무엇보다 올해 실적이 그 어느해보다 좋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1조4천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데 이어 4분기에도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기아차도 올 한 해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내년에 올해 연간 예상 판매량(450만~465만대) 대비 15% 증가한 530만대를 세계시장에서 판매한다는 공격적인 경영목표를 세운 현대기아차로선 이에 걸맞은 임원 규모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 젊은 피 대거 수혈..세대교체 개시 = 김동진 현대모비스 부회장, 김치웅 현대위아 부회장, 팽정국 현대차 사장, 이용훈 현대로템 사장 등 그룹 내 부회장 및 사장급 고위임원 4명이 퇴진한 것은 '정의선 체제'를 굳건히 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인다.

이들이 물러난 자리에 당장 정 부회장의 측근들이 포진하지 않았고 기존 경영진 및 임원진에 대한 교체폭을 최소화한 것은 언뜻 이번 인사를 세대교체보다는 조직 안정에 중점을 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지난 8월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만큼 이번 인사에는 정 부회장의 후계 구도를 조직 차원에서 뒷받침하기 위한 배려가 감지된다.

40대 중후반의 '젊은 피'가 대거 이사 및 이사대우에 수혈된 것은 정 부회장으로 하여금 인재 선택의 폭을 넓혀줘 궁극적으로는 조직 장악의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200명에 달하는 신임 이사 및 이사대우 실무 임원들은 향후 1∼2년간이 '정의선 체제'를 앞두고 생존을 위한 시험 기간이 될 전망이다.

이는 세대교체의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 본격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해외판매.연구개발 역량 강화 = 김용환.정석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현대기아차그룹의 글로벌 전략과 조직 안정성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차의 신임 김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이다.

그의 승진은 임원그룹 사이에서 조직 장악력을 높여 안정성을 제고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김 부회장이 유럽총괄법인장과 현대차와 기아차를 오가며 해외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해온 경력을 보면 글로벌 판매 전략 추진력을 배가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석수 부회장의 승진과 함께 현대모비스에서 3명(김순화 앨라배마 법인장, 송창인 품질본부장, 김한수 구매당담)이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이번에 물러난 김동진 전 부회장의 공백을 메우고 현대기아차 부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가 있다.

또 지난해와 비슷하게 승진 임원의 비율이 연구.개발(R&D) 및 품질.생산 부문이 40%, 판매.마케팅 부문이 30%로 구성된 것은 핵심 기술 경쟁력을 높여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선두주자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R&D 등 핵심경쟁력 제고에 집중하는 한편 고객 및 시장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 세계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확보하는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현대차 '금녀벽' 깨졌다 = 이번 인사에서 김화자 현대차 부장, 이미영 현대카드 부장 등 2명이 임원(이사대우)으로 승진했다.

특히 김화자 신임 이사대우는 현대.기아차의 첫 여성 임원이 됐다.

김 이사대우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영업지점장(여의도지점)을 맡아 성공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또 이 이사대우는 현대카드 브랜드 실장으로 브랜드가치 제고에 큰 역할을 해온 것을 인정받았다.

어느 기업보다 남성적 이미지가 강한 '금녀'의 기업 현대차에서 여성의 임원 승진은 기업사(史)의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6월 말 현재 5만5천여명의 직원 중 여성은 2천200명에 불과하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여성 임원은 지금까진 전체를 통틀어 광고업 계열사인 이노션의 김혜경 상무가 유일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