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매 종목의 기반시설과 막강한 선수층을 보유한 일본을 앞섰다는 게 더 기분이 좋습니다"
봅슬레이 대표팀이 4인승 종목에서 사상 처음으로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면서 한국은 빙상과 설상 종목에 이어 썰매 종목까지 올림픽 무대를 밟게 돼 아시아 동계스포츠의 강국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경기장은 고사하고 스타트 훈련장조차 없는 열악한 국내 현실에서 부족한 전지훈련비와 6명밖에 없는 얇은 선수층의 이중고를 뚫고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 출전권을 따낸 대표팀의 성과는 기적에 가깝다.

지난해 1월 치러진 2008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아메리카컵 2차 대회 봅슬레이 4인승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따내며 국민적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대표팀은 '깜짝 인기'를 누렸지만 열기는 오래가지 못하는 비인기 종목의 비운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성과를 바탕으로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이 소속된 강원도청에서 2인승과 4인승 봅슬레이를 사주면서 경기력이 향상하기 시작했고, 특히 4인승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면서 당당히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무대에 합류하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성과가 놀라운 것은 기반 시설이 세계 정상급인 일본을 누르고 4인승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대표팀에 따르면 일본은 대학팀을 비롯해 20여 개의 봅슬레이팀이 운영되고 있고, 나가노에는 봅슬레이 경기장까지 갖춰져 있다.

아마추어팀들이 보유한 봅슬레이만 30대에, 선수층도 80여 명에 이른다.

이에 비해 대표팀은 2인승과 4인승 봅슬레이가 각 1대 뿐이고, 봅슬레이도 훈련 근거지인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보관돼 유럽에서 열리는 대회에는 운송비가 많이 들어 대여해서 쓸 수밖에 없었다.

또 선수도 파일럿인 강광배(36.강원도청)과 외국인 선수 2명을 포함해 총 6명밖에 없어서 한 명이라도 다치면 팀 운영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정도다.

더구나 봅슬레이연맹의 지원이 부족해 대표팀은 이번 시즌 대한체육회에서 제공한 800여만 원의 훈련비로 버텼다.

강광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2003년 강원도청에서 봅슬레이 실업팀을 처음 창단했던 게 가장 큰 기초공사가 됐다"라며 "그동안 선수를 확보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내년초 평창 알펜시아에 스타트 훈련장이 생기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4인승 종목에서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대표팀의 다음 과제는 2인승에서도 출전권을 따내는 일이다.

현재 2인승 국제랭킹에서 19위에 올라 있는 대표팀은 세계랭킹 17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권 확보에 마지막 열정을 쏟을 태세다.

이 때문에 내년 1월 유럽컵 7차 대회(이탈리아 토리노)에 출전해 마지막 포인트 쌓기에 도전한다.

세계랭킹 17위까지 올림픽 직행권이 주어지지만 상위팀에서 출전을 포기하면 차순위 팀들이 올라서기 때문에 최대한 랭킹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한편 대표팀은 이번 시즌 마지막 대회인 유럽컵 7차 대회를 통해 사실상 올림픽에 나설 선수들을 구성하기로 했다.

강광배는 "동계올림픽에는 자국 선수만 출전할 수 있어서 외국인 선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유럽컵을 준비하면서 동계올림픽에 나설 선수들의 윤곽을 잡겠다"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