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 국빈만찬에 초청장 없이 입장해 미국 전역을 발칵 뒤집은 살라히 부부. 과연 이 사건은 `구멍 뚫린 백악관 보안시스템'을 지적하는 선에서 접어도 되는 일일까.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은 살라히 부부가 백악관에 위해를 가할 의도가 있었는지, 혹은 비밀경찰국(SS)의 보안업무에 허점이 있었는지 등이 아니라 이들이 워싱턴이라는 공간을 지배하는 특수한 사회적 `규범'(code)을 일거에 허물어뜨렸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10일 지적했다.

워싱턴은 19세기 귀족사회의 전통이 여전히 살아있는 특수한 공간이다.

할리우드나 뉴욕 등 다른 지역에서 통하는 관습을 여기서는 허용하지 않는다.

공화당원이자 로비스트인 웨인 버맨은 "워싱턴은 보수적인 사회로, 이곳 사람들은 전통과 합당한 행동의 한계선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할리우드에서는 배우 톰 크루즈를 잘 모르는 에이전트도 "톰이 새로운 진로를 찾고 있다"고 편안하게 이름(퍼스트 네임)을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워싱턴에서는 자신을 고용한 이의 성조차 부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의 대변인이었던 크리스 르헤인은 "그는 `부통령님'이었고 나는 지금도 그렇게 부른다.그게 워싱턴의 예절이고 관습이다.그건 아마 그들이 선출된 공직자라는 사실에서 비롯했을 것이다.살라히 부부 사건은 그같은 예절의 의미를 뒤흔들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살라히 부부는 아무 제지도 받지 않은 채 만찬장을 휘젓고 다니며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은 물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사진까지 찍었다.

이는 `지극히 공적인' 워싱턴의 분위기에서 엘리트 집단 틈바구니에 끼고자 긴 세월 애를 쓴 수많은 이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했으리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이들은 만찬장에서 찍은 사진을 인간관계 맺기 사이트인 페이스북에까지 공개해 자신들의 악명(?)을 만천하에 알렸다.

고위직과 함께 찍은 사진이 일종의 `권력장벽'으로서 정치적으로 신중히 활용되는 워싱턴에서 이들의 행동은 차라리 `할리우드 스타일'에 가까울 만큼 진풍경이었던 셈이다.

NYT는 살라히 부부가 명성을 얻고 언론의 주목을 받으려 안달하다 마침내 그 둘을 쟁취했지만, 그 결과 방송국의 수많은 TV 출연 요청뿐만 아니라 유명인사(?)인 자신들에게 들어올 수많은 `진짜' 초청까지 계속 거절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다며 "이 정도면 처벌로는 충분하지 않겠는가"라고 백악관에 되물었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pul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