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옥살이 내년 1월 출소..미스테리 풀릴 지 주목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저격해 세계를 놀라게 했던 메흐메트 알리 아그자가 모두 28년 간의 옥살이를 청산하고 출소 후 독점 인터뷰를 하는 대가로 무려 200만 유로(약 35억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8일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와 인터넷 신문 이지엔 등 이탈리아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1981년 5월 성 베드로 성당 광장에서 요한 바오로 2세를 저격해 부상을 입힌 터키인 알리 아그자가 내년 1월18일 터키 수도 앙카라의 예니켄트 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한다.

아그자는 교황을 저격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나 1983년 요한 바오로 2세가 직접 교도소로 찾아가 용서했고 2000년 당시 이탈리아 카를로 아젤리오 치암피 대통령이 모범 재소자로 사면해 출소했다.

이후 터키로 이송된 그는 교황 저격에 앞선 지난 1979년 터키 유력신문 밀리예트의 편집장을 살해한 죄로 체포돼 10년형을 언도받았다.

이번 출소 후 이탈리아에서 거주하기를 강력히 희망하는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빈치 코드'의 저자 댄 브라운에게도 보냈으며, 언론 매체를 통해 교황 저격 등과 관련한 여러 비밀을 밝힐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계 100여 개 언론사가 이에 관심을 보이며 저작권 대행사를 통해 접촉 중인 가운데 미국의 한 TV방송국에는 독점 인터뷰를 조건으로 200만달러를 대가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라 레푸블리카는 전했다.

이에 대해 마리지오 가스파리 전 이탈리아 통신장관은 "범죄자들을 이런식으로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은 치욕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하면서 " 테러리스트나 살인자들을 부자 스타가 되게 해선 안되며 조용히 내버려 둬야 한다"고 말했다.

아그자는 출소 뒤 가장 먼저 로마 베드로 성당에 안치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유해를 찾아 가 기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무슬림인 아그자는 2년 전 기독교로 개종했으며, 석방되면 전세계 미디어에 중계되는 가운데 자신이 교황을 저격한 장소인 성 베드로 성당 광장에서 전세계 미디어가 중계하는 가운데 세례를 받고 싶다고도 말한 바 있다.

터키 극우파 단체 `회색 늑대'의 조직원이었던 그는 당초 교황 저격으로 체포된 직후엔 모스크바의 지시를 받은 불가리아 정보기관의 사주에 따른 단독 범행이었다고 진술했으나 나중에 진술을 번복했다.

서방 측 수사진은 폴란드 출신의 교황이 모국에서 공산주의 항거 정신을 부추겨 소련 체제를 붕괴할 우려 때문에 크렘린이 암살을 사주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정확한 경위와 배후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지난해 선종한 요한 바오로 2세는 저서에서 당시 저격사건은 `누군가가 계획하고 의뢰한 것'이라고 썼으며, 아그자는 2005년 라 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바티칸 고위 성직자들의 도움을 받아 교황을 저격했다고 말해 의문을 더욱 증폭시켰다.

아그자는 2000년 9월1일 터키 정보국장에게 쓴 옥중 편지에서, 1999년 쿠르드 노동당 지도자인 압둘라 오잘란을 터키가 케냐에서 검거하는데 미국이 도움을 줬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보은'으로 자신이 알 카에다 조직에 침투해 빈 라덴을 생포하거나 죽여 미국에 넘길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로마연합뉴스) 전순섭 통신원 soonsubro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