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과 옷가지 등을 좀 보내달라고 하네요. 많이 불안한가 봅니다. "

중국 베이징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조선족 강모씨는 단둥에 있는 지인을 통해 신의주의 이종사촌형에게서 이런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거래가 끊기고,갖고 있는 돈도 교환할 수 있는 게 15만원(한국 돈 5만원 정도)가량으로 한정돼 있어 먹고 살 것을 좀 챙겨놔야 할 것 같다는 것.갑작스러운 화폐개혁으로 북한 주민이 큰 혼란에 빠져있는 것 같다.

북한이 지난달 30일 화폐개혁을 실시한 뒤 물가는 예상과 달리 폭등세를 보였다고 대북인권단체인 '좋은 벗들'은 밝혔다. 12월2일까지만 해도 평양 만경대 구역 당상시장과 평안남도 순천시 강안동 시장에서 새 돈으로 1㎏에 16~17원 하던 쌀 가격이 3일이 되자 50원으로 뛰었다는 것이다. 다른 생필품 가격도 3~4배씩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7일부터는 신권만 통용되고 북한당국이 각종 물자에 정부가격을 매긴다. 이에 따라 시장가격이 형성될 전망이다. 단둥을 비롯한 중국 접경지역에선 보따리장사들이 손을 놓고 있는 가운데 이날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문들이 난무했다. "북한군대가 비상경계에 들어갔다" "화폐교환에 대한 항거 움직임이 있다"는 등 확인불가의 소리가 떠다닌다. 단둥의 한 대북사업가는 "현재까지 확실한 건 물물교환이나 밀수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폐개혁이 복합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남인 김정은에게 권력을 넘기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또 암시장 거래와 부정부패로 재산을 축적한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생기기 시작한 신중산층의 확산을 차단하려는 목적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북한전문가는 "권력세습에 대한 보이지 않는 불만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제압하기 위해 화폐개혁이란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밝혔다. 또 화폐개혁을 통해 군,정부,당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고 전했다.

이 전문가는 "북한체제의 특성상 화폐개혁에 대한 노골적인 반발이나 집단행동은 생각하기 힘들다"며 "문제는 혼란한 상황이 어느 정도 길게 갈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