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英.러 정상에 전화..아프간.파키스탄에도 통보 예정
민주당.국민 여론 `미온적' 부담될 듯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증강과 출구전략 등 새 아프간 전략을 최종결정해 군 수뇌부와 안보담당 참모들에게 공식 통보하고 이를 추진하도록 지시했다고 백악관이 30일 밝혔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전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맨 먼저 전화로 결정사항을 알려준 데 이어 백악관 안보회의를 소집해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등에게 최종 결정사항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안보회의가 끝난 직후 스탠리 맥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과 칼 아이켄베리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에게도 전화를 걸어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어 새 아프간 전략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요청했다고 기브스 대변인은 전했다.

기브스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들 정상에게 새 아프간 전략의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했지만 증파되는 미군 병력의 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로 예정된 새 아프간 전략에 관한 미육군사관학교에서의 대국민 연설에 앞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에게 새 아프간 정책을 설명할 계획이다.

기브스 대변인은 백악관 정례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새 아프간 전략의 최우선 목표가 아프간 보안군을 훈련시켜 그들이 반군과 전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점을 거듭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아프간 보안군에 대한 훈련이 새롭게 강조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곳(아프간)에 영원히 주둔하려고 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다.

우리는 아프간 안보를 우선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재원이 없다.

아프간의 안보책임을 아프간인들에게 넘겨줄 수 있도록 아프간이 보안군 훈련증강을 통해 안보에 대한 책임을 주도적으로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대국민 연설에서 아프간에 내년부터 미군 3만5천여명을 증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아프간 주둔 미군은 10만명에 달하고 한 해 전비도 75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더라도 앞으로 3-5년에 걸쳐 미군 병력을 서서히 감축하면서 이 지역 치안을 아프간 보안군에 넘기겠다는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아프간 주둔 미군 철군을 2017년 또는 2018년에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맥크리스털 사령관은 의회에서 철군을 2013년에 시작할 수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하지만 새 아프간 전략에 대해 집권 여당인 민주당뿐만 아니라 미국민들의 여론도 상당히 미온적이어서 오바마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지지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앞으로 국정수행에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칼 레빈(민주) 상원 군사위 위원장은 전날 미국의 아프간 주둔 병력 증강은 아프간 보안군의 증강과 반드시 연계돼 추진돼야 한다며 아프간 전쟁 승리는 미국의 힘만으로는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레빈 위원장은 "핵심은 아프간군의 증강이지 미군의 증강이 아니다"라며 "우리만으로는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