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부터 19일까지 일본 싱가포르 중국 한국을 차례로 방문한다. 취임 이후 첫 아시아 순방이다.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을 감안,가장 늦게 한국과 중국을 방문하는 셈이나 정치외교 · 경제적 중요성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순방에서는 한 · 중 · 일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문제를 둘러싼 공조를 재확인하겠지만 무역 불균형 등 경제 문제에서는 이견을 노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는 18일 열릴 예정인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는 미국과 북한의 양자대화와 이에 따른 북한의 북핵 6자회담 복귀,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가 최대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다시 한번 촉구하며 탄탄한 한 · 미 동맹 관계를 과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제 부문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조속한 한 · 미 FTA 비준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 · 미 정상회담에서 FTA를 진전시키자고 합의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국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중국이다. 미국은 북핵 문제와 이란 핵개발,기후변화 대응 등 각종 글로벌 이슈 해결에 중국의 지원과 협력이 절박한 한편으로 중국과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우선 정치 · 경제적으로 북한에 막강한 레버리지(지렛대)를 갖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핵 해결에 중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들은 "(북한을 의식해) 북핵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원한다는 원론적인 합의만 공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 문제 등에서는 중국을 주요 2개국(G20)으로 인정,협력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피츠버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주창한 것처럼 세계 경제 불균형 해소를 위해 최대 무역적자국인 중국에 위안화 절상 문제를 제기할지 여부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은 최근 미국의 중국산 타이어 보복 관세 등 잇따른 보호무역주의 조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터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9일 미국에 역공을 가했다. 그는 "중국이 보유한 달러자산의 가치변동을 세심히 관찰하고 있다"며 "미국은 적자관리를 잘해서 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과는 새로 출범한 하토야마 정부와의 불협화음을 얼마나 해소할지가 주목거리다. 민주당 정부는 미 · 일 동맹 최우선이던 자민당 노선에서 벗어나 '긴밀하고 대등한 대미 외교'를 전면에 내세웠다. 미국을 배제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도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오키나와현 기노완시에 있는 주일 미군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가 당면 현안으로 대두해 양국 간 이상기류가 확산됐다.


하지만 양국 정상은 "미 · 일 동맹이 양국 외교의 기축"이라는 점을 재확인할 전망이다. 내년이 미 · 일 안전보장조약 개정 50주년이어서 "동맹을 중층적으로 심화한다"며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일본을 제일 먼저 방문하는 일정을 짠 것은 그동안 '재팬 패싱(일본 건너뛰기)'이라는 일본 측 피해의식을 감안한 배려로 해석된다.

워싱턴=김홍열/베이징=조주현/도쿄=차병석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