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일본 미쓰비시자동차가 세계 첫 양산형 순수 전기차(EV) '아이미브'를 선보인 지난 6월,국내 급속충전기 제조업체인 피에스텍 임직원들은 숨죽이며 미쓰비시 도쿄 본사의 공개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이 수년간 공들인 충전기 '큐 차저(Q charger)'가 아이미브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한 세트로 나란히 서 있던 것.

#사례2.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24일 의회 연설에서 한국산 배터리(batteries made in korea)를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포드가 신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 · 전기 모터가 주 동력,내연 엔진은 배터리 충전용으로만 작동하는 자동차)에 한국산을 장착한다는 내용이었다. 사흘 뒤 미시간주 지역 신문인 캔자스시티 비즈니스 저널은 "코캄아메리카가 주인공"이라고 보도했다. 코캄아메리카는 한국의 중견 배터리 업체 코캄이 미국 자본과 제휴해 만든 기업.미시간주에 수천만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짓고 있다.

글로벌 그린 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사례다. 대기업의 그늘에 가려 성과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이들은 글로벌 전기차 업계에서 '숨은 실력파'로 통한다.

◆'충전기 메카' 일본시장 상륙

피에스텍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 출신들이 1999년 설립한 전력 · 전자 회사다. 유도가열 전원장치 등 고용량의 전기를 컨트롤하는 장치 분야에선 국내 1위다. 포스코,GE,필립스 등 굴지의 대기업과 거래하고 있다. PHEV와 EV용 충전기 시장에 뛰어든 것은 작년 초.'큐 차저'로 지난 5월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일본의 인증 장벽을 뚫었다.

장영래 피에스텍 기획팀장은 "충전소 사업을 하는 일본 전력회사들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상당히 까다로운 인증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아이미브'와의 궁합이 알려지면서 피에스텍 제품에 대한 입소문도 퍼졌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전기차 사업을 추진중인 국내 업체들로부터 샘플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장 팀장은 "내년 일본 전력회사에 70~100대를 납품하기로 했다"며 "충전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에 대비해 350만엔에 달하는 가격을 좀 더 낮출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 더 주목받는 코캄

코캄은 2차전지업계에선 가장 경쟁력 있는 중견 업체로 평가받는다. 김영민 LS산전 자동차BU 부장은 "배터리셀을 병렬식으로 배열해 초고압 전기를 얻어내는 적층(layer) 방식은 대기업들도 미리 개발하지 못한 데 대해 땅을 치고 후회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코캄은 이 기술로 국제 특허를 갖고 있다.

코캄이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는 포드에 이 회사 기술이 적용되면서부터다. 포드에 전기차 관련 핵심 부품을 납품할 세계 2위 부품업체인 매그나가 올 상반기에 코캄과 기술 이전 계약을 맺은 것.포드 전기차 담당 수석 엔지니어인 그렉 프레넷은 최근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포드의 EV 프로토 타입을 설명하면서 코캄을 "매우 경쟁력 있는 파트너(very capable partner)"로 소개하기도 했다.

코캄은 지난 7월엔 글로벌 화학업체인 다우케미컬과 배터리 제조를 위한 조인트 벤처를 설립,미국 정부로부터 1억6100만달러의 지원금을 받으며 또 한번 업계를 놀라게 했다. 오바마 정부가 배터리 산업 활성화를 위해 편성한 총 24억달러 규모의 지원금을 외국계 기업이 따낸 것은 코캄과 LG화학(1억5100만달러)뿐이다.

◆부도 딛고 전기차에서 길 찾은 이아이지

이아이지(EIG)도 인도 타타자동차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내년 4월부터 2012년까지 200만셀(약 800억원 규모)을 타타의 유럽 전기차 전진 기지격인 노르웨이 밀요빌사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아이지의 전신은 휴대폰을 만들던 VK다. 회사 부도 후 전지사업부가 별도로 독립,동일고무벨트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해 2007년 이아이지를 세웠다. 차량용 배터리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