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상대방의 인적 · 물적 · 문화적 자원을 모두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성장에 좋은 밑거름이 됩니다. 일시적인 경제 쇼크로 통일을 계산하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 "

리타 쥐스무트 전 독일 하원의장(사진).그는 올해로 72세다. 겉만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할머니같다. 몸놀림도 조금 더디다. 그러나 그가 입을 열자 분위기는 일순 바뀌었다. 한 단어 한 단어를 짧게 끊어 강조하는 스타카토식 발음,눈을 빛내며 꿈과 희망을 역설하는 모습에서 독일 통일을 주도한 정치가의 공력이 느껴졌다.

쥐스무트 전 의장은 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같은 기독민주당(CDU) 소속으로 1988년부터 1998년까지 10년간 독일 하원을 이끌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1991년 독일 통일을 이뤄낸 주역 중 한 명이다. 1986년부터 15년간 독일연방여성연합 회장을 맡은 대표적 여성운동가이기도 하다. 현재는 베를린 사립대인 SRH대학(옛 OTA대) 총장을 맡고 있다.

지난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정책센터(EPC)의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기념 컨퍼런스에 초청된 그에게 한국의 통일 가능성에 대한 견해를 묻자 간명한 답이 돌아왔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반드시 한국도 독일처럼 통일이 될 겁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

그는 "분단 이후 자라난 젊은층에는 분단 상황이 '정상'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분단 이전 시절을 기억하는 노년층이 자꾸 줄어드는 상황인 만큼,젊은층에 통일의 필요성을 계속 알리고 장점을 홍보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남북통일이 될 경우 남한이 받게 될 경제적 쇼크에 대한 우려가 많다고 했더니 "분단 독일 시절에도 그런 주장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독일 경제에 도움이 됐다"며 "양쪽의 자원을 공유하는 것은 큰 기회"라고 설명했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졌던 것도 다양성 증진 차원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남북 간 대화협력 수준이 과거 동서독에 비해 높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준비되지 않아서' 통일이 어렵다는 생각보다는,조금씩 협력관계를 진전시키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쥐스무트 전 의장은 "베를린 장벽 붕괴가 일어나기 1년 전 1988년까지만 해도 나를 비롯해 그 누구도 공산권이 무너지고 철의 장막이 걷히리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매일 조금씩 준비해 왔던 것이 어느날 갑자기 예상치 못한 전개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 통일이 이뤄졌다"는 것.

"그것은 결국 진정한 유럽통합이 시작되고 한 시대가 열리는 서곡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현재의 유럽연합(EU) 통합작업에는 불만이 많았다. 그는 "지금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민족주의 · 국가주의"라며 "터키의 EU 가입이 계속 거부되는 등 기존 회원국이 자꾸 신규 가입에 이런저런 토를 다는 것은 유럽통합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했다.

그는 짧은 인터뷰 도중에 남한이 분단상황에서도 눈부시게 발전한 것에 대해 "당신은 당신의 나라에 대해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며 거듭 칭찬했다. "통일에는 분명 위험요소가 있습니다. 그러나 독일이 그랬듯,한국이 통일을 이룬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성취가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

브뤼셀(벨기에)=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