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해 12월 광주지검 특수부장실에 난입해 스패너로 L부장검사의 머리와 얼굴을 여러 차례 때려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다. 자신이 무고죄 등으로 처벌된 데 불만을 품고 검사 5명을 직무유기로 진정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 같은 테러를 저질렀다. 2심법원은 최근 A씨에 대해 징역 3년6월의 중형을 선고했다. 일반인을 상대로 한 범죄였다면 집행유예 정도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공무수행 중인 검사를 상대로 한 범행이었기 때문에 형량이 무거웠다. 판 · 검사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상대가 판 · 검사인줄 알고 행한 범죄뿐만 아니라 모르고 한 경우도 있다. 어느 쪽이든 일반인을 상대로 한 범죄보다 엄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공무집행 방해 엄벌

공무를 수행 중인 판 · 검사를 상대로 행해진 테러에 대해선 중형이 선고되고 있다. 공권력과 사법부에 대한 도전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판 · 검사를 상대로 한 범죄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1990년대 초반 부산지검에서 있었던 '퍽치기'사건이다. 당시 부산지검에서 근무하던 모 차장검사는 술을 먹고 귀가하다가 길거리에서 퍽치기를 당했다. 검찰은 부산지역 조직폭력배의 테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부산지역 조폭을 완전히 소탕해버렸다. 당시 검찰 수사에 쫓기던 조폭들은 범인이 잡히면 검찰 수사가 끝날 것으로 생각해 앞장서서 범인 색출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현직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쏴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K 전(前)성균관대 교수도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의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심지어 시위도 실형까지 선고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일 시위가 금지된 대법원 앞에서 판 · 검사 사진과 실명이 인쇄된 현수막을 걸고 불법 시위를 한 A씨(61)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아무 근거 없이 전 · 현직 판사 및 검사를 비방하는 집회를 연 것은 사법부와 수사기관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민원인이 검사실에서 사소한 멱살잡이를 해도 형사처벌 대상이다. 2006년 창원지검에서는 쌍방 폭행사건으로 조사를 받으러 온 당사자의 형이 검사의 멱살을 잡았다가 곧바로 불구속 입건됐다. 동생을 때린 상대의 구속을 요구했으나 검사가 받아들이지 않자 격분해 검사에게 갑자기 달려들었다는 것.죄명은 '공무집행방해'였다.

◆모르고 한 범죄도 엄벌 가능성

판 · 검사도 도둑을 맞거나 사기를 당하기는 일반인과 마찬가지다. 판례를 보면 상대가 판 · 검사인줄 모르고 이런 범죄를 저질러도 엄한 처벌을 받는다.

2004년 12월 집주인 행세를 하면서 판사의 전세금 1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된 30대 여성에게 법원은 구형량(4년)보다 많은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당시 검찰은 "선고량이 너무 높다"며 항소했다. 전세금 사기사건에 징역 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검찰이 구형량보다 1심 판결의 형량이 높다는 이유로 항소한 것도 드문 일이다. 2심 재판부는 2005년 6월 형량을 1심의 절반인 2년6월로 낮췄다.

야간에 도둑을 맞은 경험이 있는 수도권지역 법원의 H부장판사는 야간주거침입죄에 대해 엄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 그의 집에 도둑이 든 건 지난해 여름 새벽시간.그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 도둑이 든 것을 알았지만 도둑이 나갈 때까지 잠자는 척하고 있었다. 괜히 일어나서 저항했다가 몸을 다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H판사는 "실제 도둑을 맞아보니 야간 주거침입이 얼마나 피해자에게 공포감을 주는지 알게 됐다"면서 "자연스럽게 야간주거침입죄를 범한 사람에게 법적용을 엄격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성근/이해성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