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미국이 분주합니다.미국 정부는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높이고 있습니다.의회는 의료보험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지난 2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등 경제인들이 포함된 백악관 경제회생자문위원회 위원들과 만났습니다.그는 수출을 독려하면서 교역상대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공격적인 무역정책을 적극 사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미국이 한손엔 수출 확대,다른 한손엔 보호무역주의 깃발을 치켜든 것입니다.

이같은 이율배반적인 정책은 중국산 제품 등을 대상으로 하는 방어막에서 확인됩니다.미국은 중국산 유정용 강관에 최고 99.1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예비판정을 내렸습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권고에 따라 중국산 저가 타이어에 최고 35%의 보복관세를 물리는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ITC는 중국 뿐만 아니라 대만 인도네시아 한국산 제품 등에 대한 조사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정부는 반발에 나섰습니다.야오지안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6일 “미국의 보호주의적 무역 정책에 대항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그는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중국이 무역 보호주의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야오지안 대변인은 특히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미국은 올들어 지난 9개월 동안 중국산 수출품에 대해 전년동기 대비 639%나 늘어난 58억4000만달러 상당의 14건을 조사했다”는 것입니다.

의보개혁 법안 통과의 의미

미국 하원은 토요일인 지난 7일 밤 늦게까지 논쟁을 벌인 뒤 의료보험 개혁법안을 표결했습니다.휴일인 토요일에 표결한 것은 이례적입니다.의료보험 개혁에 정치적인 모험을 걸다시피 한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한 고비를 넘겼습니다.

이날 하원은 찬성 220표,반대 215표의 근소한 차이로 법안을 가결시켰습니다.야당인 공화당 의원은 1명만 찬성표를 던졌습니다.여당인 민주당에서는 39명의 의원들이 반대했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은 표결을 앞두고 하원을 방문해 “한 세대에 한번 있는 중요한 기회를 차버리지 말자.역사적인 소명감을 갖자고”며 의원들을 설득했습니다.

하원 법안은 향후 10년 간 1조1000억달러의 비용으로 무보험자 3600만명에게 보험혜택을 주자는 게 골자입니다.공공의료보험을 도입,민간 보험사와 경쟁시켜 보험료를 낮추기로 했습니다.국민들이 다양한 보험상품을 비교해 값싸고 경쟁력 있는 보험을 선택할 수 있도록 거래소도 신설합니다.


천문학적인 재원은 기존의 과다한 행정비용 등을 줄이면서 부유층으로부터 5.4%의 부가세를 거둬 충당키로 했습니다.부가세는 연간 50만달러 이상을 버는 개인들(부부합산은 연간 100만달러 이상)에게 적용됩니다.이를 통해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보험 가입을 위한 보조금을 받습니다.

하원 법안은 앞으로 상원이 마련할 법안과 절충을 거쳐야 합니다.최종 법안은 다시 양원에서 통과돼야 하는 쉽지 않은 숙제가 남아있습니다.미국 의회가 최우선 국내 정책인 의료보험 개혁 법안을 이른 시일내 통과시키면 한국에도 유리합니다.오바마 대통령과 의회는 그동안 미뤄온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 주요한 대외정책을 집중적으로 챙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