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극적일 수 없었다.

모든 것이 그를 위한 드라마였다.

'2년차 젊은 호랑이' 나지완(24.KIA 타이거즈)이 2009년 가을 프로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가을잔치 최고의 영웅으로 포효했다.

나지완은 24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7차전 SK와 운명의 승부에서 9회말 타석에 들어섰다.

마운드에는 0.1t의 두둑한 배짱을 자랑하는 채병용이 버티고 있었다.

초구는 스트라이크, 2구는 볼. 3구와 4구는 건드려봤지만 파울이었다.

5구를 한 번 더 참고 기다렸다.

볼카운트 2-2에서 나지완의 배트가 시원하게 궤적을 그렸다.

뭔가 맞았다고 직감한 순간, 타구는 이미 왼쪽 스탠드를 넘어가고 있었다.

두 팔을 벌렸고 뛰어나가는 나지완을 향해 KIA 선수단이 뒤엉켰다.

1루 관중석에는 타이거즈를 연호하는 노란 막대 풍선이 춤을 췄다.

잠실벌에는 축포가 터졌다.

모두 나지완을 위해 준비된 잔치였다.

9회말 5-5에서 끝내기 홈런을 때린나지완은 경기 직후 기자단의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총 61표 중 41표를 획득해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나지완은 KIA 자동차 '소울'을 부상으로 받았다.

7차전 맨오브더매치도 물론 나지완의 몫이었다.

나지완은 사실 이 경기 전까지 조범현 KIA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한 존재였다.

손목이 좋지 않은 장성호 대신 3번을 맡아줘야 할 나지완은 6차전까지 타율 0.188(16타수3안타)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다시 한번 나지완을 믿어보자고 결심하고 7차전에도 3번 타자로 냈다.

첫 타석에서 3루 땅볼, 두 번째 타석에서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난 나지완은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마침내 터졌다.

점수 차가 1-5로 벌어져 거의 SK 쪽으로 승부의 추가 넘어가지 않나 하는 상황에서 나지완은 김원섭을 누상에 두고 중월 투런홈런을 터트렸다.

3-5로 추격하면서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아기 호랑이 안치홍이 한국시리즈 최연소(19세3개월22일) 홈런을 때리고 김원섭이 이어진 공격에서 적시타를 때려 동점을 만들자 다시 나지완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나지완은 7회말 고의사구로 걸어나가 숨을 골랐다.

그리고 다시 맞이한 9회말 공격. 나지완의 한 방에 12년을 기다려온 타이거즈 팬들의 소원이 거짓말처럼 이뤄졌다.

관중석에는 '나, 나, 나, 나지완..KIA의 홈런타자'라는 테마송이 흘러나왔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