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타율도 나란히 3할4푼대 '킬러'

올 시즌 프로야구 최다안타 부문 타이틀을 놓고 혈투를 벌였던 정근우(27.SK)와 김현수(21.두산)가 이번에는 '저격수'로 나서 경쟁한다.

플레이오프에서 실력을 겨룰 정근우와 김현수는 이번 시즌 규정 타석을 채운 팀 내 타자 중에서 가장 높은 타율을 작성했다.

각각 0.350과 0.357로 정교한 방망이 솜씨를 과시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상대 투수와 승부에서도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정근우는 두산 투수를 상대로 타율 0.342를 때렸고, 김현수는 SK 마운드에 타율 0.343으로 강했다.

정근우와 김현수는 팀 내 최고 타자인 동시에 '상대 킬러'인 셈이다.

개인의 자존심과 팀 승리를 동시에 걸고 정면승부를 벌인다.

특히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비중이 더 커졌다.

크리스 니코스키(두산), 김광현, 송은범, 전병두(이상 SK) 등이 빠져 양팀 마운드의 높이가 낮아진 탓에 공격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데뷔한 정근우는 올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전체 2위를 차지한 최다안타(168개)를 비롯해 타율(0.350, 5위), 득점(98개, 1위), 도루(53개, 2위) 등 공격 전 부문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시즌 초에는 4할을 넘나드는 성적을 올리며 팀의 1번 타자로 공격을 이끌었다.

시즌 중반 잠시 슬럼프를 겪었지만 후반 들어 다시 페이스를 회복했다.

SK가 시즌 막판 19연승을 올릴 때 3번 타자를 맡아 득점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8월 한 달 동안 타율 0.430에 16득점을 올렸고 9월에도 타율 0.354에 15득점을 따냈다.

도루도 두 달동안 19개를 성공시키며 빠른 발을 자랑했다.

다만 2007~2008년 한국시리즈 우승 때는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2007년과 2008년 타율이 각각 0.160과 0.211에 그쳐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명예회복을 다짐하고 있다.

'타격기계' 김현수는 이번 시즌 최다 안타(172개) 1위, 타점(104개) 2위, 타격 3위 등에 오르는 등 현역 최고 타자로 군림하고 있다.

여기에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무려 0.538의 타율을 때렸고 1, 2차전에서 연속 경기 홈런을 날리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김현수도 이번 플레이오프를 통해 지난 2년간 SK와 한국시리즈에서 부진했던 악몽을 씻어내야 한다.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타율이 0.238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21타수에서 단 1안타만 치며 나락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근우와 김현수는 지난 두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부진했던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김현수는 2년 동안 굴욕을 안긴 SK와 승부에 대해 "상대가 SK라고 해서 특별하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며 "올라온 팀과 승부를 펼칠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현수는 "다만 여기까지 와서 지면 무척 아쉬울 것"이라며 "평소에 하던 대로 하면 SK든 누구든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미련을 남기지 않는 스윙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