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30일 취임한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이 14일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경제 검찰' 공정위의 새 사령탑으로서 그는 향후 공정위의 역할과 과제를 '좀 더 개방된 시장에서 보다 많은 경쟁이 촉발되게 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이득을 얻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내렸다. 공정한 게임의 '룰'이 최대한 지켜지는 선에서 각종 불필요한 규제는 풀되 불공정 행위는 엄격히 제재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반영하듯 그는 서민 · 중소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카르텔 등 가격담합 행위를 엄벌하겠다는 정책방침을 내놨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기업집단 규제 방향은.

"총수 중심의 대기업집단(재벌) 체제는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전문경영인 체제와 달리 중장기적인 경영목표를 설정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등 장점이 많다. 그러나 소유지배구조의 불투명성,계열사 부당지원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앞으로 공정위는 이 같은 대기업집단의 장점은 살리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

구체적인 이슈별 정책은 어떻게.

"지주회사제도는 기업들이 투명한 소유구조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인데 우리는 경제력이 소수재벌에 집중되는 것을 억제하는 차원에서 도입하고 있다. 앞으로 핵심적 규율을 제외한 각종 규제는 폐지 · 완화하고 지주사 전환 비용도 낮추겠다. 다만 상호출자 제한과 채무보증 금지,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는 그대로 유지하고 계열사에 변칙적인 물량 몰아주기 등에 대한 감시도 강화할 것이다. "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한다고 했는데.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독과점 지위를 남용하거나 카르텔 등 가격담합을 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둘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서민생활과 밀접한 이동통신요금,온라인 음악사이트,LPG,소주,우유 등 생필품 관련 담합행위에 대한 조사를 신속히 처리하겠다. 6개 LPG 공급업체들의 충전소 판매가격 담합 혐의와 8개 대형 종합병원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심의도 준비 중이다. "

▶대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중소기업 피해를 최소화한다고 했는데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와 상충되는 것 아닌가.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공권력에 의해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중소기업과 상생협력을 해야 한다. 돈이 된다고 해서 (중소기업이 만드는) 낚싯대를 대기업이 만들겠다는 것은 안 된다. "

▶취임 직후 직권조사권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현재 공정위는 강제조사권을 갖고 있지 않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공정위가 강제조사권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법무부와 충분히 협의한 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도입 여부를) 검토하겠다. "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