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탐나는도다' 일본계 상인 役
이선호 "속이 꽉찬 진실한 배우가 꿈"
"제가 약간 일본인처럼 생겼나 봐요.만화 원작과는 이미지가 많이 다른 데도 바로 캐스팅됐네요.하하."

MBC 주말드라마 '탐나는도다'에서 정체를 도통 알 수가 없는 일본계 네덜란드 상인 얀 가와무라 역으로 출연 중인 이선호(29)는 왼쪽 얼굴에 깊은 보조개를 만들며 멋쩍게 웃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한 그는 우연히 연기자로 입문했다고 한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교수의 소개로 패션 디자이너 장광효의 패션쇼에서 메인 모델로 서게 된 그는 그 인연으로 TV 광고 모델을 거쳐 2006년 드라마 '눈의 여왕'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이 모든 일이 몇 달 사이에 빠르게 진행됐어요.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워야겠다 싶어 바로 연기 학원에 등록했죠. 돌이켜보니 영화 연출을 공부하게 된 것도 연기를 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아니었나 싶어요."

'눈의 여왕'에서 요절한 수학 천재로 출연한 그는 이후 '에어시티'에선 추방당한 재미교포, '8일'에선 조선 최고의 칼잡이 등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역할을 연기했다.

'눈의 여왕' 출연 당시에는 한동안 포털에서 검색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선호 "속이 꽉찬 진실한 배우가 꿈"
"작년 8월 초에 '탐나는도다'의 제작진과 미팅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윤상호 감독님이 절 보자마자 '캐스팅 다 됐네. 딱 얀이네' 하시더라고요.원작에 대한 싱크로율(원작 캐릭터와의 동일한 정도)보다는 일본인 분위기가 나는 연기자를 찾고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제가 일본인처럼 생겼나 봐요.하하."

그는 원작에선 중성적이고 여리 여리 한 인물로 그려진 얀 역에 부리부리한 눈매와 오뚝한 코를 지닌 자신이 캐스팅된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어색하지 않은 일어와 '버터'가 적당히 잘 발린 유창한 영어 발음을 선보여 비결을 물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해외 유학파였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남동생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5년 정도를 공립 중ㆍ고등학교를 다니며 영어를 배웠고 일어는 대학 때 공부한 적이 있어 관광은 물론 일본에서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드라마 배경이 16세기여서 현대 일어를 사용하면 사실감이 떨어질까 봐 옛날 일어를 연구하시는 분을 찾아가 당시 발음으로 대사를 읽어 달라 졸랐어요.그렇게 녹음한 대본을 촬영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 반복해서 들어요."

중학교 때 전국체전에 스키 선수로 출전했을 만큼 스키와 스케이트, 수영 실력이 수준급인 그는 '탐나는도다'를 촬영할 당시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해녀 역의 서우와 윌리엄 역의 찬빈이는 매일 물에 들어가 살이 부르틀 정도로 고생했지만 전 반대로 수영을 하고 싶었어요.하지만 얀은 숲 속에 숨어서 염탐하는 역할이라 기회가 별로 없더라고요.수중신이 딱 한 번 있었는데 와… 그 때 얼마나 신났는지 몰라요.가죽 장화에 물이 잔뜩 들어가 헤엄치는데 힘들었지만 그래도 진짜 기뻤어요.하하."

프랑스 영화 '그랑블루'의 외로운 잠수부 쟈크와 같은 역할을 꿈꾼다는 이선호는 진실한 내면을 보여줄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잠깐의 인기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사라지는 연기자가 아니라 관객들에게 진실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제 내면까지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속이 꽉 찬 배우요."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eng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