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안정적인 교수생활을 하면서 학생들이나 잘 가르치면 되지 무엇하러 창업을 하느냐고 주위 사람들이 말리더군요. 하지만 앞으로 수소연료전지시장이 엄청나게 커질 것으로 확신이 드는 데다 대기업보다 더 잘할 자신이 있어 고집을 좀 부릴 수밖에 없었죠."

최근 대덕연구단지 내 KAIST 연구실에서 만난 배중면 KAIST 교수.생애 처음 학자에서 최고경영자(CEO)로 변신을 준비 중인 그의 목소리에는 강한 자신감과 확신이 묻어났다. 1988년부터 20년 넘게 고온수소연료전지 한 분야에만 천착해온 배 교수는 이달 중 HNT라는 고온 연료전지 연구소기업을 설립한다. 현재는 학교 측에 설립 인가 절차를 밟고 있다. 그는 "고온 연료전지는 발전단가가 현재 전기료의 절반 이하로 차량의 보조동력,군사장비,가정용 주택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며 "특히 전력 생산후 부산물이 물밖에 없는 저탄소 · 녹색 기술이기 때문에 향후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2.김영태 금오공과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지난 4월 캄스지(KAMSg)라는 벤처기업을 세웠다. LCD기판유리를 자동으로 운반하는 미압구동 비접촉 진공패드 장치의 상업화를 위해서다. 이 기술로 5건의 특허를 출원한 그는 "기존 장비에 비해 2~5배의 비접촉거리를 유지하면서 20분의 1만의 압력으로 2.5배의 진공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차별화된 기술력"이라며 "진공패드가 LCD기판유리를 긁어 손상되는 것을 막아 LCD기판의 생산수율 증대가 기대된다"고 소개했다.


2000년 초 벤처거품이 꺼진 이후 한동안 침체기를 맞았던 기술창업 열기가 점차 되살아나고 있다. 본격적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정부의 창업활성화 지원 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고부가가치 기술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결과다.

2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제조업 신설법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4% 증가했다. 특히 첨단기술과 고도 생산설비를 갖춰야 하는 전기전자,정밀기기 등 기술중심의 신설법인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50.1%나 급증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전기전자,정밀기기 업종의 신설법인 수는 올 상반기 1740개로 2003년 1671개사를 기록한 이래 6년 만의 최대치"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교수,연구원 등 석 · 박사급 이공계 두뇌들이 창업에 나서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하이테크형' 창업이 대폭 늘어나는 추세여서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휴직이나 겸직 등을 통한 교수,연구원 창업 건수는 연간 평균 100여명 안팎.지난해에도 70여명이 창업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올 들어 상반기에만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367명이 창업을 위해 휴직 또는 겸직 신청을 했다. 정부가 마련한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지원자가 몰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올 들어 처음 도입된 실험실 창업 및 예비기술창업,아이디어상업화 등 3가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1800여명을 선발키로 했는데 모두 3789명이 지원해 2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고 말했다.

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올해 후배와 함께 기술창업에 나선 박준희씨(35)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이번에 예비기술창업 지원 대상자로 선정돼 3500만원의 사업자금을 확보했다. 중국산보다 절반가량 원가가 싼 첨단 '플렉시블 LED(기판이 휘는 유연LED)'를 개발,시장성을 높게 평가받은 덕분이다. 박씨는 "투명전극을 활용해 와이어본딩 등 기존 LED 제조공정을 없애 원가를 대폭 절감했다"며 "이미 일본과 월 2만개 수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술창업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벤처캐피털과 기술보증기금 등 투자관련 기관의 움직임도 덩달아 활발해지고 있다. 신규 창업투자조합도 지난해 52개에서 올 상반기에만 101개 조합으로 늘었다. 기술보증기금도 상반기에 사상 최대인 2조685억원을 지원했다. 이는 전년 동기(9950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김영식 창업진흥원 이사장은 "경기회복 추세가 지속될 경우 하반기에는 더 많은 화이트칼라 창업은 물론 이공계 대학 재학생들의 창업도 증가할 것"이라며 "신규 기술창업의 성공률을 높이고 모처럼 살아난 기술창업 열기를 확산시킬 수 있도록 대학생 창업교육 등 다양한 추가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관우/황경남/임기훈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