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 비더만(23.독일)이 물살을 가를 때마다 세계 수영의 역사가 새로 쓰이고 있다.

은퇴한 '인간 어뢰' 이언 소프(호주)의 이름을 세계 기록 보유자 명단에서 지워버리더니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마저 무릎 꿇게 했다.

비더만은 지난 2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열린 2009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0초07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으며 이번 대회 경영 종목 첫 번째 금메달을 가졌다.

소프가 2002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영연방대회에서 3분40초08의 성적을 내고 나서 무려 7년 동안 깨지지 않던 세계 최고 기록이 0.01초 단축됐다.

비더만은 29일 오전에는 자유형 200m에서 '황제'를 무너뜨리며 이틀 전의 금메달이 결코 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해 보였다.

자유형 200m 결승에서 4번 레인을 배정받은 비더만은 1분42초00으로 터치패드를 찍어 다시 세계 최고 기록을 깨고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바로 옆 3번 레인에서 물살을 가른 펠프스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세운 종전 세계 기록(1분42초96)을 0.96초나 단축했다.

펠프스는 1분43초22로 은메달에 머물렀다.

비더만은 자유형 200m 준결승에서는 1분43초65의 대회 신기록으로 펠프스(미국.1분45초23)를 3위로 밀어내고 1위로 결승에 오른 바 있다.

비더만의 역영으로 2005년 몬트리올 대회와 2007년 멜버른 대회 자유형 200m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펠프스의 대회 3연속 우승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펠프스의 이번 대회 6관왕 꿈도 물거품이 됐다.

2008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200m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더 펠프스가 메이저 대회 개인 종목 우승을 놓친 것은 2005년 몬트리올 세계대회 접영 100m에서 이안 크로커(미국)에 이어 은메달을 딴 이후 4년 만이다.

비더만은 그동안 한국 수영의 희망 박태환(단국대)에게도 적수가 못 되는 선수였다.

박태환이 금메달을 딴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비더만은 18위로 결승에도 못 올랐다.

당시 비더만의 예선 기록은 3분48초03으로 박태환(3분43초35)보다 5초 가까이 뒤졌다.

펠프스가 금메달, 박태환(1분44초85)이 은메달을 가져간 자유형 200m 결승에서도 비더만은 1분46초00으로 5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1년 사이에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박태환은 이번 로마 세계대회 자유형 400m에서는 예선 탈락했고, 자유형 200m에서도 준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비더만이 이렇게 눈부신 성적을 내자 최첨단 유니폼이 도마 위에 올랐다.

비더만은 올해 대회에서 신기록을 양산하고 있는 아레나의 X-글라이드를 입었고, 펠프스는 지난해까지 기록을 쏟아냈던 스피도의 레이저레이서를 착용했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아직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않은 채 내년부터 첨단 수영복을 입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펠프스는 이날 금메달을 비더만에게 내준 뒤 "수영이 수영 그 자체로 돌아가는 내년에는 참 재밌을 것이다"라며 실력으로 정당하게 겨뤄보자는 뜻을 전했다.

비더만도 수영복의 도움을 어느 정도는 인정했지만 "지금의 수영복 없이도 펠프스를 이길 날이 오길 바란다.

내년이 기다려진다.

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응수했다.

(로마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