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양은 '노아의 방주'를 닮았으나 건물 내부는 체육관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1층 실내 체육관에선 운동복 차림의 10여명이 배드민턴 경기를 벌이고 있다. 배구,농구,족구 등을 할 수 있도록 선이 그어진 바닥 주위엔 1500명이 앉을 수 있는 관중석이 마련돼 있다. 특이한 것은 출입문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십자가가 있다는 것.평소에는 체육 · 문화시설로 사용하다가 예배를 드릴 땐 교회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충남 천안의 구도심인 문화동에서 청수개발지구가 있는 구룡동으로 '체육관 교회'를 지어 이사한 하늘샘교회에는 이처럼 평일에도 사람들로 북적댄다. 50여개의 동호회 회원들이 날마다 교회 전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실내체육관 관중석 아래 공간에는 탁구장과 당구장이 있고,지하 1층으로 내려가니 문화교실에선 붓글씨반 회원들이 글씨 연습에 한창이다. 지하 1층엔 4개의 문화교실과 제빵동호회원들이 피자와 스파게티를 만들어 파는 제빵실,미용실,유아들을 위한 아기교회,식당과 450석 규모의 공연장,샤워실 등이 있다.

교회가 왜 이렇게 많은 체육 · 문화시설을 갖추고 있을까. 이성수 담임목사는 "교회들이 지나치게 성(聖)과 속(俗)을 구분해 울타리를 쳐놓고 교회는 성스럽고 세상은 속되다고 가르친 탓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교회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1903년 윤치호 박사가 가정예배를 드렸던 것을 시발로 106년의 역사를 가진 하늘샘교회의 원래 이름은 천안제일교회였다. 일제 때 안창호 목사가 천안 지방의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고,민족대표 33인으로 신사참배를 거부했던 신석구 목사도 하늘샘교회의 지도자였다. 2000년부터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 목사는 그러나 천안시에서 토지를 수용하겠다고 하자 과감하게 팔고 현재의 자리에 3만3000㎡(1만평)의 터를 확보해 '체육관 교회'를 건축하고 이름도 하늘샘교회로 바꿨다.

"목회를 하면서 가장 많은 갈등을 느끼는 것이 겉치레 신앙입니다. 설교할 때 교회에선 '아멘' 해놓고 왜 교회 밖에서는 설교한 대로 살지 않을까요? 성속의 이분법이 사람을 그렇게 만듭니다. 그런데도 부끄러운 줄도 몰라요. 성과 속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갈라놓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말입니다. "

이 목사는 '믿음이 좋다'는 기준도 깨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일예배에 잘 나오고 새벽기도 잘 하고 헌금 많이 낸다고 믿음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 목사는 "교회가 세상 속에 존재하는 한 전인적 공감이 이뤄져야 하며 지역사회의 한 부분으로 존재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며 "교회가 쳐놓은 성(聖)의 울타리를 걷어내야 한다"고 설명한다.

레포츠교회,복합 테마교회는 바로 이런 인식에서 시작됐다. 예배나 교회행사 때만 잠시 쓰는 예배당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교회의 모든 공간이 레저,스포츠,문화행사,예배 등 4~5가지 기능을 수행하며 복합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하늘샘교회는 궁도,당구,스포츠댄스 등의 스포츠 종목과 붓글씨,손뜨개질,바이올린,컴퓨터 등 문화적인 것까지 50여개의 동호회들이 요일 · 시간대별로 활용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비어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 매일 교회를 찾는 동호회원은 평균 200~300명 선.

이 목사는 "배드민턴 치러 온 사람들 중에 내 발로 교회에 올 줄은 몰랐다고 한 분이 있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그분은 교회가 아니라 건물(체육관)에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회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지 건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늘샘교회가 야간에 빨간 십자가등을 켜지 않는 것,교회에 온 동호회원들에게 교회에 다니라고 말하지 않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이 목사는 "사람들이 실제 삶에서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살게 하는 것이 우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