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절며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은 더 이상 없다'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18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 제109회 US오픈골프대회 무대에 다시 선다.

작년 6월 무릎 인대가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18홀 연장전 끝에 우승컵을 거머쥐었던 우즈는 무릎 수술에 이은 힘겨운 재활을 견뎌내고 올 시즌 투어에 복귀했다.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비웃듯 우즈는 복귀하고 나서 두차례 우승을 짜릿한 역전극으로 장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황제의 위용을 다시 한번 보여줄 무대는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주립공원골프장 블랙코스(파70.7천214야드). 2002년 우즈가 `언더파 스코어는 없다'는 대회조직위원회의 호언장담을 여지없이 깨뜨리고 3언더파 277타의 성적으로 우승했던 바로 그곳이다.

당시 우즈에 3타 뒤져 준우승에 머물렀던 필 미켈슨(미국)이 설욕을 다짐하고 있고 메이저대회 챔피언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가 1, 2라운드에 우즈와 같은 조에 편성돼 견제에 나선다.

우즈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잭 니클라우스가 갖고 있는 메이저대회 통산 18승에 3승 차이로 따라붙고 100년 전 윌리 앤더슨이 세웠던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인 4승(1901년, 1903∼1905년)과 타이를 이룬다.

우즈는 또한 마스터스(2001-2002년), 브리티시오픈(2005-2006년), PGA챔피언십(1999-2000년, 2006-2007년)에 이어 US오픈에서도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US오픈에서 2년 연속 우승한 선수는 1988년과 1989년 대회를 제패한 커티스 스트레인지가 마지막이었다.

한편 이번 대회에는 지역 예선을 거쳐 출전권을 따낸 배상문(23.키움증권)과 한국프로골프의 간판 최경주(39.나이키골프), 위창수(37.테일러메이드), 영건 앤서니 김(24.나이키골프) 등 한국 또는 한국계 선수 4명이 출전한다.

▲왜 우즈인가?= "이제 신경을 건드리던 왼쪽 무릎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

무릎에 힘을 실을 수 있어 더 강한 스윙을 할 수 있다"
무릎 수술 뒤 공백을 깨고 올 시즌 투어로 돌아온 우즈는 경기 감각을 찾지 못해 한때 고전하기도 했지만 7개 대회에 출전, 2개의 우승컵을 수확했다.

라운드당 평균 타수 68.88타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우즈는 마지막 라운드 평균 타수가 68.83밖에 되지 않아 `빨간 셔츠의 공포'를 다른 선수들에게 확실히 심어줬다.

또한 200야드 밖에서 날리는 롱 아이언샷의 정확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고 특히 올 시즌에는 티샷의 정확도를 더욱 높였다.

300야드에 육박하는 장타를 날리는 우즈지만 지난해 페어웨이 안착률은 57%에 불과했다.

하지만 우즈는 지난 8일 끝난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87.5%라는 놀라운 드라이브샷 정확도를 뽐내 거리와 정확도의 싸움인 베스페이지 블랙코스의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더욱이 거친 퍼블릭 코스에서 골프 황제의 꿈을 키워 온 우즈는 얌전한 회원제 골프장과는 달리 관중의 열기가 터져나오는 곳에서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였다.

우즈는 US오픈 세차례 우승을 모두 퍼블릭 코스인 페블비치(2000년), 베스페이지 블랙코스(2002년), 토리 파인스(2008년)에서 차지했다.

▲누가 우즈를 막을까= 2인자 미켈슨은 마스터스에서 두차례, PGA 챔피언십에서 한차례 우승했지만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 우승컵이 없다.

특히 US오픈에서는 4차례나 준우승에 그쳤으니 우승컵에 대한 열망이 클 수 밖에 없다.

사랑하는 아내가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대회 출전을 중단했던 미켈슨은 이번 대회 출전조차 불투명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내의 암이 조기에 발견돼 안도의 한숨을 내쉰 미켈슨은 이번 대회에서 정신력을 더 가다듬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

작년에 브리티시오픈과 PGA챔피언십에서 연속 우승했던 해링턴은 PGA 투어 올해의 선수로 뽑혔지만 당시 우즈는 무릎 수술을 받고 시즌을 접었다.

이제 우즈와 맞붙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때가 왔다.

오히려 팬들의 관심을 끄는 쪽은 카브레라다.

카브레라는 PGA 투어에서 2승을 올렸을 뿐이지만 2승이 모두 메이저대회인 US오픈과 마스터스였다.

어릴 적 캐디로 일하며 골프와 인연을 맺은 카브레라는 잡초 근성으로 2007년 US오픈과 올해 마스터스를 차례로 제패했다.

이 두 대회 모두 우즈가 출전했지만 카브레라는 흔들림 없는 경기를 펼쳐 주목을 받았다.

카브레라는 우승 후보에서 밀어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리안 브라더스 성적표는= US오픈 출전자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린 코리안 브라더스는 최경주와 위창수, 앤서니 김, 배상문 등 4명이다.

최경주와 앤서니 김만이 출전한 작년 대회에 비하면 숫자는 늘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선두 주자인 최경주는 올 시즌 스윙 교정 여파로 뚜렷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고 8차례 출전한 이 대회에서 다섯 차례 컷 탈락에 나머지 세개 대회에서도 톱 10에 들지 못했다.

PGA 투어 통산 7승을 올린 최경주지만 긴 전장에다 깊은 러프로 무장한 US오픈 코스와는 궁합을 맞추지 못했다.

역시 두차례 출전해 20위권 성적만을 냈던 앤서니 김은 올 시즌 들쭉날쭉한 플레이로 작년에 2승을 올렸던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위창수와 배상문은 이번이 첫번째 출전이다.

캘리포니아 지역예선을 통과한 위창수는 올해 취리히 클래식에서 공동 2위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고 있고 일본에서 열린 지역예선에서 출전권을 딴 배상문은 올해 초 소니오픈에 이어 두번째 PGA 투어 무대를 메이저대회에서 갖게 됐다.

지난 주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 적응 훈련을 하고 있는 배상문은 "그린 적응이 가장 중요하다.

배운다는 자세로 대회에 출전한다"면서도 좋은 성적을 내 한국프로골프(KPGA) 2008년 상금왕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