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페서 인정" vs "학습권 침해" 논란 재점화
"현행법상 공직선거 출마 막을길 없어… 소송땐 백전백패"
서울대가 이 같은 규정을 만든 이유는 그동안 교수의 공직 선거 출마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교수들이 학기 중에 강의를 중단하고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는 등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선거 출마를 휴직 사유로 인정하되 학기 시작 전에 휴직계를 제출하도록 하면 강의가 갑자기 중단되는 사례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작년 폴리페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김연수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40)는 강의 중에 경기 남양주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출마했다.
김 교수는 선거 출마를 휴직 사유로 인정하는 규정이 없어 '육아 휴직서'를 제출하는 편법을 사용했다가 인정되지 않자 휴직도 하지 않고 선거에 나섰다. 김 교수가 하던 수업에는 시간강사가 임시로 투입됐고 학생들은 "수업이 엉망이 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시민 · 사회단체들과 서울대 학생들,일부 교수들은 교수가 공직 선거에 출마할 경우 교수직을 사임해야 한다는 내용을 초안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 내용은 결국 제외됐다. 김명환 서울대 교무처장은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공무원법상 보장된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어서 위법 · 위헌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불만을 품은 교수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백전백패할 것이 분명해 차선책으로 선거 출마를 위한 휴직을 양성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초안은 도입 취지와 달리 자칫 '폴리페서'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합법적으로 학기 중에 출마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면 더 많은 교수가 정치활동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김연수 교수(낙선)를 비롯해 작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교수는 모두 40여명에 이른다. 이 중 20명은 당선돼 강의를 중단하고 정치에 입문했다.
서울대가 초안에서 선출직 공무원과 달리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나 시 · 도 지방의원으로 출마하는 경우에는 휴직을 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출마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도 논란거리다. 서울대는 또 초안에 휴직자가 생겨도 해당 학과와 학부에서 연구년(안식년)을 쓰는 교수 수를 줄이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았다.
그동안 서울대는 휴직자가 생길 경우 다른 교수들이 연구년을 쓰지 못하도록 해 간접적으로 휴직자 수를 제한했다. 초안은 이와 함께 영리법인 근무로 인한 휴직은 원칙적으로 불허하되,총장이 재량으로 허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울대 학생과 일부 교수들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진섭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전기공학과 4학년)은 "교수들이 선출직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도 문제지만 휴직계를 내지 않고도 비례대표 등에 공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후학 양성을 우선으로 해야 할 교수의 본분을 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에 만들어진 초안은 서울대 규정심의위원회 본회의와 학장회의,평의회 의결 등을 거쳐 오는 2학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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