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명에 100억 살포…상품권.달러.위안화도

`받은 돈은 장학금' 이색 주장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모두 18명의 정ㆍ관계 인사에게 무려 97억8천여만원을 살포한 것으로 12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서 드러났다.

이 가운데 원화는 모두 59억8천여만원이고 상품권 2억원어치, 미화 282만 달러(현 환율기준 35억3천만원), 중국화 15만 위안(2천700만원) 등이다.

박 전 회장은 특히 정치권, 법원, 검찰, 경찰, 언론계 등 사회 전반을 넘나들며 `무차별 로비'를 했고 검찰 추적을 피하려 달러를 애용했으며 명목도 다양했다.

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는 이는 박진ㆍ서갑원ㆍ이광재 의원과 박관용ㆍ김원기 전 국회의장, 김종로 검사, 이택순 전 경찰청장, 이상철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 8명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2008년 3월 신라호텔에서 열린 `박연차 베트남 명예총영사 주최 베트남 국회의장 방한 환영 만찬'에 박 의원을 초청한 뒤 2만 달러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07년 7월 형사 사건이 생기면 잘 봐달라는 취지로 이 전 청장에게 2만 달러를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김 검사는 2005년 3월 창원지검 특수부에서 당시 마산시장의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하며 `선처를 부탁한다'는 청탁과 함께 박 전 회장에게서 5천 달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 검사는 2007년 4월 박 전 회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을 때 `수사팀에 잘 말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5천 달러를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박 전 회장에게서 받은 돈이 뇌물이나 정치자금 명목이 아닌 `장학금' 명목이라는 진술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검찰은 박모 부장판사가 부산ㆍ경남지역 `향판'으로 근무하며 박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단서를 포착하고 지난 7일 소환조사했다.

박 판사는 2008년 초 부산지법 수석부장으로 근무하며 박 전 회장의 `기내난동' 사건 1심 판사를 다른 판사로 바꾸도록 하는 방법으로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았었다.

박 판사는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즉 자녀들이 박 전 회장에게 삼촌이라고 부를 정도로 박 전 회장과 친한 사이로, 자신이 받은 돈은 자녀들을 위한 학비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결국 박 판사의 금품수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직무관련성을 찾지 못해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나 최소한 박 전 회장의 로비에는 `사각지대'란 없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