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반년 넘게 뒤흔들었던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12일 10명을 추가로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서둘러 마무리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 서거와 임채진 검찰총장의 사퇴,야당의 공세,수사 행태에 대한 비판 여론 등에 부딪쳐 수사를 진행할 동력을 유지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이날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그동안 의혹을 받아왔던 일부 인사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내사종결 처분해 향후 논란 거리를 남기기까지 했다. 검찰은 비우호적인 여론을 의식한 듯 수사결과 발표문의 상당 부분에 걸쳐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했다.

◆끝까지 제식구 감싸기?

검찰은 이날 두 차례에 걸쳐 박 전 회장으로부터 1만달러를 받은 김종로 부산고검 검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인사청탁 등 경찰청장 직무와 관련해 2만달러를 받은 이택순 전 경찰청장과 언론인 시절 2만달러를 받은 이상철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각각 뇌물수수와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그러나 박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 수수 사실이 인정된 민유태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박모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수수 사실은 인정되나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사종결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조차 "고위 검찰 간부인 '검사장'과 차관급으로 대우받는 고법 부장판사의 직무와 박 전 회장이 건넨 돈의 상관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박 전 회장으로부터 상품권 5000만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나,수수 당시 정치활동이 불가능했던 점을 감안해 정치자금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고 내사종결했다.

◆세무조사 무마 로비수사도 초라

박 전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대한 수사결과도 초라하긴 마찬가지다. 검찰은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구속 기소)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불구속 기소)만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끝냈다.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에 대해서는 '로비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되나 금품수수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내사종결했다.

서울고등검찰청장을 지낸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서도 '세무조사 관련 대책회의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해서는 신병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직접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수사방식에 대한 비판 해명에 주력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문에서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제기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의 가족과 친인척에 대한 저인망식 수사 논란에 대해서는 "필요한 범위 내에서 조사했고,참고인들이 진술을 번복하면서 조사 횟수가 늘어났을 뿐"이라고 했고,노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 지연에 대해서는 "40만달러가 추가로 드러나 새로운 혐의에 대한 수사가 종료된 후 결정하는 것이 맞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