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리한 요구…"개성공단 철수 통보냐"
개성공단이 암운(暗雲)에 휩싸였다. 북한이 11일 개성공단 회담에서 우리가 수용하기 어려운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해서다. 그러나 이날 오전 · 오후 1시간반 동안 진행된 협상장 분위기는 부드러웠다고 한다.

◆예상 뛰어넘는 요구

북측이 이날 요구한 것은 △북측 근로자 임금 인상 △토지 임대료 인상 △기업들의 토지사용료 신설 등이다. 임금의 경우 북측은 현재의 네 배 수준으로 올린 300달러(사회보험료 포함)를 요구했다. 현재 북한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은 월 75달러다. 정부는 당초 북측이 월 150달러 정도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크게 빗나갔다. 물론 협상용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북측은 여기에다 매년 10~20%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다. 지금은 임금인상 상한선이 연간 5%로 묶여 있다.

북한은 토지 임대료도 대폭 올렸다. 현대아산과 토지공사는 2004년 4월13일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과 맺은 공단 1단계 100만평에 대한 토지 임대차 계약(50년간 사용)에 따라 임대료 1600만달러를 이미 완납한 상태다. 북측은 이 돈을 5억달러 수준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이미 낸 것보다 31배 수준으로 올려 달라는 것이다. 정부는 당초 북한이 3000만달러를 더 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현재 50년으로 돼 있는 임차기간을 줄이자는 얘기는 없었다.

북한은 입주 기업들에 내년부터 토지 사용료조로 평당 5~10달러를 받겠다는 얘기도 했다. 당초엔 2015년부터 받기로 했던 것이다.

北, 무리한 요구…"개성공단 철수 통보냐"
◆입주기업들은 '패닉'상태

이 같은 협상안이 전해지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일제히 "공단에서 철수하라는 통보나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월 150달러만 넘어도 개성공단 입주의 의미가 없어진다"며 "월 300달러에다 그 정도의 임금 인상률이라면 개성공단에서 사업할 필요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기업 대표는 "북측과의 협상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북측이 부른 금액이 너무 크기 때문에 아무리 협상을 잘한다 해도 수지를 맞출 수 있는 수준까지 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측은 회원들의 입장을 정리해 12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 '건강하다' 확인

이번 회담에서 우리 대표단은 74일째 북측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씨의 건강 상태와 소재지, 접견 여부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북측은 "유씨가 별탈 없이 잘 지내고 있으며 책임있는 답변으로 봐도 좋다"고 답했다. 그러나 소재지와 접견 여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와 관련,북한 내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채널로 남북 출입 · 체류공동위원회를 설치하자고 북측에 제안했다. 역시 이에 대한 북측의 답변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호/박수진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