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11일 '쿼드러플 위칭데이'(네 마녀의 날)를 무난히 넘기자 시장의 관심이 외국인 매수 종목에 쏠리고 있다. 내달 초 2분기 실적 발표 때까지는 뚜렷하게 예고된 변수가 없어 당분간 외국인이 시장을 이끌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초부터 지속된 코스피지수 1400선 안팎의 좁은 박스권에서 외국인이 매수세를 집중시킨 종목이 향후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만큼 눈여겨보라는 조언이다.

이 기간에 외국인은 정보기술(IT) 자동차 건설 은행 등의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그동안 수급 부담 요인이었던 프로그램이 만기일 이후엔 주가 상승세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 대형주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외국인 IT · 자동차 · 건설 · 은행 순매수

이날 프로그램은 장 초반 1000억원 이상의 매물을 쏟아내다가 낮 12시께 매수 우위로 돌아서 433억원을 순매수했다. 만기일 프로그램 부담이 사실상 없었던 것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이 2007년 10월11일(1조6448억원) 이후 최대인 7062억원을 순매수한 데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4.51포인트(0.32%) 오른 1419.39에 장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에도 지수가 상대적으로 크게 뛰지 못한 것은 기관이 이를 매도 기회로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외국인이 홀로 주도하는 장세가 또 한번 뚜렷이 확인된 셈이다.

외국인은 코스피지수가 좁은 박스권을 맴돌고 있는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6조1407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1400선 안팎이 주가가 싼 지수대가 아니고 원 · 달러 환율도 1200원대로 매력적인 구간이 아니었는데도 외국인이 매수세를 집중시킨 종목은 그만큼 향후 증시에서 주도주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초부터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삼성전자로 순매수 규모가 8885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은 현대차LG디스플레이도 각각 4243억원과 2021억원어치 순매수해 IT와 자동차 선호를 드러냈다. 또 현대건설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등 건설주와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 등 은행주를 순매수 상위 20위에 포함시켰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세계 반도체 업계의 '치킨게임'이 막바지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국내 IT 업체들이 뛰어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과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점 등이 외국인의 IT와 자동차주 순매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임경근 ABN암로증권 상무도 "국내 IT와 자동차 회사들이 해외 업체에 비해 좋은 실적을 내고 있어 외국인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임 상무는 "외국인은 건설과 은행주가 정부의 경기 부양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특히 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은 사업모델이 유사한 홍콩과 싱가포르의 부동산개발회사 주가가 뛰면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은 글로벌 증시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원자재 관련 종목도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SK에너지를 1285억원 순매수해 지난달 초 이후 주가가 12.44% 뛰는 데 힘을 실었다.

◆대형주는 프로그램 매수세 기대

지난달부터 증시의 발목을 잡아 온 프로그램 매물이 만기일 이후엔 매수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곽 연구원은 "매수차익 잔액에서 매도차익 잔액을 뺀 순차익 잔액이 2007년 말 수준인 2조원 정도로 낮아진 상태여서 그만큼 프로그램이 주식을 매수할 여력이 큰 상황"이라며 "프로그램 매수세가 들어오면 대형주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작았던 유틸리티와 내수주가 단기적으로 '수익률 키맞추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지만 중기적으론 외국인 순매수와 프로그램 매수세가 겹칠 IT와 자동차가 유망해보인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매수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일각에선 2분기 실적이 나오면서 외국인이 차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서정광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은 국내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전망치가 높아지는 것과 동시에 순매수 규모를 키워 온 만큼 2분기 실적이 확인되면 차익 실현에 나서 매수 강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