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사히TV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후계자로 알려진 3남 김정운(26)의 사진을 오보해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지난 10일 낮 단독 입수한 김정운의 최근 사진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사실은 한국의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진 전혀 엉뚱한 사람의 사진이었다. 아사히TV는 11일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일본 언론의 북한 관련 오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 4월 초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실제 발사하기 전날에도 일본 방송들은 방위성을 인용해 '북한에서 비상체가 발사됐다'는 오보를 내보냈다. 2006년 10월엔 니혼TV가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북한이 두 번째 지하 핵실험을 했다"는 자막을 띄워 소동을 일으켰다. 공영방송인 NHK도 "북한이 2차 지하 핵실험을 했다는 정보가 있어 정부가 확인 중"이라는 속보를 전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일본 북부지방에서 포착된 지진파를 북한의 핵실험에 의한 진동으로 오인해 벌어진 오보 해프닝이었다.

비교적 정확한 보도로 정평이 나 있는 일본 언론들이 유독 북한 뉴스에 약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일본이 북한 동향에 그만큼 예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북한은 권력 승계자의 최근 모습조차 외부에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정보가 차단된 폐쇄국가다. 그럼에도 일본으로선 핵을 개발하고 머리 위로 미사일을 쏴대는 북한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보니 종종 언론 오보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북한에 대한 일본의 위기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북한에 대해 일본인들이 느끼는 위협감은 의외로 크다. 우리 입장에선 '호들갑'처럼 보이지만 상당수 일본인들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쏜다면 제1 타깃은 일본이 될 것"이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폭 피해를 경험했다는 점도 일본인들의 공포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물론 이런 위기감이 군사 대국화의 빌미를 잡기 위한 극우세력의 계산된 전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건 국민이건 북한의 도발을 실제적 안보위협으로 느끼고 있다는 사실만은 명확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건,미사일을 쏘건 남의 집 일인 양 집안 싸움만 하고 있는 우리와는 다르다.

차병석 도쿄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