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국회가 기약없이 표류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1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을 갖고 6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협상에 착수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한나라당은 "상임위부터 열어 민생법안을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 데 반해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사과 등 '5대 요구사항' 수용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은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는 본인이 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만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특검과 검찰 개혁을 위한 특위 구성은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에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수석부대표들이 실무협상을 한 뒤 12일부터 원내대표 간 협상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개원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소득없이 등원에 임할 수 없다는 민주당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여기에 여당 내 자중지란도 개원 협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 당직자는 "박희태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 등이 여전히 불씨로 살아 있고 쇄신특위 또한 '무용지물'로 전락한 상황이라 새로 출범한 원내지도부가 동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1박2일간의 장외투쟁에 나섰던 민주당 내부사정도 복잡하다. 요구조건을 내걸고 개원을 계속 거부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부담이 적지 않다. 박지원 의원은 "야당의 가장 강력한 투쟁 장소는 역시 국회"라고 개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의 요구라기보다 서울광장에서 확인된 국민의 요구"라며 강경 입장을 고수했지만 내심 한나라당이 개원을 위한 명분을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개원 시점에 대해 김정훈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다음 주도 어렵고 22일쯤이면 개회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국회가 열리더라도 현안에 대한 시각차가 워낙 커 각종 쟁점 법안처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 미디어법 금융지주회사법 등을 핵심 처리법안으로 꼽고 있다. 이들 법안을 'MB(이명박) 악법'으로 규정한 민주당은 단독 처리 강행시 장외투쟁 등 전면전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특히 미디어법에 대해서는 의원직을 걸고서라도 막아내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김형호/이준혁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