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했던 금호생명 매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되면서 새 주인이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7월 말까지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조건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약정 이행을 위해 금호생명 매각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금호생명 매각 협상에는 SC제일은행과 토종 펀드인 칸서스자산운용 그리고 조지 소로스가 이끄는 퀀텀 펀드가 국내에 설립한 사모펀드(PEF) 등 3개 주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칸서스자산운용과 소로스 퀀텀 펀드는 지난해부터 협의를 계속해왔고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생보사 인수를 검토해온 SC제일은행은 녹십자생명과의 제휴 논의가 무산되면서 금호생명으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금호그룹은 칸서스와 퀀텀 펀드가 제시한 조건이 썩 흡족하지 않아 선택을 못 하고 있었는데 SC제일은행이 새로 들어와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그러나 SC제일은행은 작업 진행 속도가 느린 편"이라고 말했다.

금호그룹은 당초 지난달 중에 계약을 체결하고 이달 말 주주총회 전에는 새 주인에게 회사를 완전히 넘긴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결국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

금호생명은 지난해 증시 상장을 추진했으나 그룹 유동성 위기설이 터지고 증시 여건이 좋지 않게 돌아가자 9월에 매각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초기에는 세계 유수의 보험사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대부분 발을 빼 매각 작업은 난항을 거듭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펀드 한 곳마저 빠지면서 2파전으로 압축되는 듯했지만, 최근 SC제일은행이 들어오면서 3파전으로 경쟁 구도가 확대됐다.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한 사이에 금호생명의 몸값은 크게 떨어졌다.

처음에는 1조원설까지 나왔지만 금융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2008 회계연도에 1천억원 상당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외 시장에서 3만원을 호가하던 주가는 6천∼7천원대로 주저앉았다.

금호생명 매각이 유동성 위기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금호그룹은 매각이 지연되는 사이에 지급여력비율 하락 등으로 오히려 유상증자를 통해 금호생명에 자금을 수혈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함께 상장을 추진했던 동양생명은 전날 한국거래소에 재차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며 생보사 상장 1호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가 대조를 이루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금호그룹의 의지가 강해 이번에는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며 "누가 새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생보업계 판도도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