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규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경제 전문지인 영국의'더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초'제조업의 붕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번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심각한 제조업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젊은이들은 월스트리트 말고,제조업에 가라"는 말과 함께 제조업에 대한 강한 재건 의지를 나타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실물경제의 침체가 커지자 제조업의 부활에 세계의 이목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제조업 재건에 대한 관심과 달리 우리는 아직도 해묵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제조업에 대한'한계론'을 내세우며,다른 산업에서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온 것이 사실이다. 제조업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나 물류,금융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오늘날 제조업은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에 어느 정도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제조업 비중을 낮추고 비제조업을 집중 육성하는 게 올바른 선택일까. 아니다. 오히려 제조업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산업구조의 선진화를 이루는 계기로 삼는 게 옳다. 우리나라는 제조업과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제조업 비중이 전체 GDP의 27.8%로 독일 일본보다도 높다. 제조업 수출이 전체 수출액의 86%를 차지할 정도다. 과거 정부 주도 아래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수출중심의 압축성장 정책을 기울인 결과다.

제조업과 수출이 확실한 위기탈출의 해법인 이유는 또 있다. 우리는 조선,반도체,전자,석유화학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다행히 경제상황도 빠르게 호전되고 있는 만큼,경쟁력 있는 제조업분야를 중심으로 수출확대에 나서는 게 급선무다. 중요한 건 보다 긴 안목에서 기술력을 키우고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제조업을 키워내는 일이다. 우리 제조업의 체질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바탕이 될 때만이 비로소 연관된 지식기반산업이나 금융,물류 산업 분야도 함께 성장하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얻어질 수 있다.

10년 전 IT산업을 비롯한 지식기반산업이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던 시절,제조업의 영원한 가치와 르네상스 도래를 예견했던 에몬 핑글턴의 혜안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한강의 기적과 외환위기 극복을 이뤄냈던 우리 제조업의 세 번째 활약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