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과 SC제일은행 등의 보험사 신규 설립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인가권을 가진 금융위원회가 신규 보험사 설립 인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기업은행과 SC제일은행이 보험업에 진출하려면 현실적으로 기존 보험사를 인수합병(M&A)하는 방법밖에 없어 보험업계에 M&A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기에는 새로 금융사 인가를 내주지 않는 것이 구조조정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며 "보험사의 경우 단종 보험사라도 신규 인가를 내주지 않을 방침"이라고 2일 말했다. 보험사를 신규 설립하기보다는 기업들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내놓는 보험사를 M&A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은행은 오는 7월께 퇴직연금상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보험사를 설립하기 위해 예비인가를 금융당국에 신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0년 퇴직연금제도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대형생보사와 제휴해 자본금 300억~500억원 수준의 퇴직연금 전문 단종보험사를 설립해 거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또 보험사 설립과 함께 금융지주사 전환도 유력하게 검토해왔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당초 신규 설립과 함께 M&A 등도 고려해 왔다"며 "금융위에서 신규 설립을 허용해 주지 않는다면 M&A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SC제일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인 SC제일은행은 최근 보험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리처드 메딩스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이사는 지난달 28일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으로 기회가 되면 보험업에 진출하겠다"며 "보험사 인수 또는 설립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생보사 중에선 금호생명 등 3~4개사가 시장에서 새 주인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보유한 금호생명의 경우 이달 말을 목표로 2곳의 금융사와 막바지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SC제일은행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호생명 인수가는 최소 4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기존 보험사를 인수할 경우 새 시장 진출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기존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고 인수대상 보험사에 부실 추가발생 부담이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