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프로그램 대량 매물에 휘둘리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춤해진 가운데 프로그램 매매가 코스피지수의 발목을 잡는 장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지수선물 시장에서 매도 공세를 강화할 경우 프로그램 매도 물량을 촉발해 지수 상승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차익매도 물량을 상당부분 소화한 만큼 앞으로 차익매수세가 들어오면 지수는 다시 1400선 회복에 나설 수 있다는 희망적인 관측도 있다.


18일 코스피지수는 5.05포인트(0.36%) 하락한 1386.68로 마감했다. 개인이 3000억원 이상,외국인이 1700억원가량 각각 순매수에 나섰지만 4400억원이 넘은 기관의 매도세에 눌렸다.

특히 360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 순매도가 지수를 압박했다. 프로그램 순매도는 외국인의 선물 매도로 현 · 선물 가격차인 베이시스가 좁혀진 것이 원인이 됐다. 외국인의 강도 높은 '팔자' 공세에 장중에 베이시스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백워데이션' 현상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선물 매도 물량 급증이 현물(주식)시장의 프로그램 매도로 이어지는 현상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에도 개인과 외국인이 순매수에 나섰지만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지수 1400선 탈환에 실패하는 등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거래대금 중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평균 10% 미만이었지만 이달 14일에는 14%까지 상승하는 등 5월 들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선물가격이 현물보다 낮아지면 선물가격의 반등을 노리고 현물에서 선물로 갈아타는 인덱스펀드의 스위칭 매매가 일어나게 된다"며 "프로그램 매물이 계속 쏟아지는 것은 이 같은 차익거래 매도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비차익 매도까지 수급을 압박하고 있다.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는 4일부터 이날까지 10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달 들어 비차익 순매도 규모는 9500억원에 달한다. 베이시스에 따라 자동으로 매매되는 차익거래와 달리 비차익거래는 선물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이뤄진다.

전문가들은 투신과 연기금 등 기관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비차익 순매도가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기관의 대표주자인 투신과 연기금이 비차익거래를 통해 주식을 팔고 있기 때문에 비차익거래와 기관의 매매 패턴이 한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풀이했다.

상장지수펀드(ETF)의 유동성 부족도 비차익거래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ETF는 거래량이 많지 않아 즉시 현금화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며 "이에 따라 외국인은 ETF를 해지하면서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받아 비차익거래로 처분하는데 이렇게 되면 기관의 순매도로 잡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프로그램 매도세가 큰 고비를 넘겨 매수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최 연구원은 "차익거래를 주로 하는 인덱스펀드의 주식 편입 비중이 35% 수준까지 떨어져 과거 저점인 30%에 근접한 상태"라며 "최근 차익매도가 급증한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베이시스가 크게 악화되지만 않는다면 차익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단기 투자 성향의 일부 외국인이 1400선에 부담을 느끼고 선물 매도를 강화하는 바람에 프로그램 매물을 유발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차익 실현 관점에서 접근하고 신규 투자자의 경우 진입 시점을 늦추고 관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해영/강지연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