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법원이 아내와 어린 딸을 남겨두고 집을 나간 남편에게 가정으로 돌아가 가족을 돌보며 살라는 보기 드문 명령을 내렸다.
민법상 부부 동거 의무가 규정돼 있기는 하지만 법원이 가출한 가장에게 귀가를 명령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손왕석 부장판사는 10일 주부 A씨(30)가 남편 B씨(32)를 상대로 낸 부부동거 등 신청 사건에서 B씨에게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살라고 심판했다.

A씨와 B씨는 2007년 결혼해 이듬해 딸을 낳았지만 B씨는 2008년 8월 생후 5개월밖에 안 된 딸과 부인을 두고 집을 나갔고 생활비와 양육비도 전혀 보내주지 않았다.이에 A씨는 남편을 상대로 집으로 돌아올 것과 매달 일정한 생활비와 양육비를 달라는 취지의 심판 신청을 서울가정법원에 했다.

재판부는 “특별한 별거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한 B씨는 부인과 동거할 의무가 있고 생활비 및 자녀 양육비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민법은 826조에서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며 협조해야 한다.그러나 정당한 이유로 일시적으로 동거하지 않을 때는 서로 인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못살겠다며 이혼을 신청하는 경우는 많지만 집 나간 남편과 같이 살겠다는 취지의 신청을 하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아마도 이번 사건이 부부동거 명령이 내려진 첫 경우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남편이 법원의 동거 명령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강제로 데려올 수는 없지만 만약 끝까지 응하지 않는다면 향후 결혼이 유지될 수 없어 이혼 단계까지 갔을 때 남편 쪽이 위자료 산정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