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임을 촉구하는 그루지야 반정부 시위가 수도 트빌리시에서 4일째 계속됐다.

12일(현지시간) 야당 당원들과 시민 약 2천 명은 국회 의사당 앞 도로에 모여 미하일 사카슈빌리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했다.

지난 9일부터 도심 집회를 벌여온 야권은 정교회 전통에 따라 성지(聖枝) 주일(부활절 직전 일요일)인 이날 하루 집회를 쉴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 밤 집회 장소에 설치된 컴퓨터와 음향 장비들이 파손됐고 이를 여당 지지자들의 소행으로 간주하면서 예정에 없던 집회가 열렸다.

야당 지도자들은 미개한 정부와 대화는 무의미하다면서 대통령 사 임만이 이 난국을 해결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루지야 내무부는 경찰 또는 정부 관리, 여당 당원들이 전날 밤 사건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반박하는 한편 오히려 야당 당원들이 집회 장소를 청소하려는 시청 미화요원들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사카슈빌리 대통령의 사임 약속을 받아낼 때까지 집회와 시위 를 계속하겠다고 공언한 그루지야 야권은 13일 다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열 예정이다.

야권은 사임 불가 방침을 천명한 사카슈빌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국민 불복종 운동도 병행하기로 했다.

아직은 별다른 불상사 없이 평화롭게 집회와 거리 행진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서방은 지난 2007년 11월 반정부 시위 때의 유혈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003년 '장미 혁명'으로 집권한 사카슈빌리는 2007년 11월 개혁 실패, 민주주의 탄압 등을 이유로 그의 사임과 조기 선거를 원하는 시위대를 최루탄과 물대포로 강제 진압, 서방의 비난을 샀다.

사카슈빌리는 작년 1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지만, 8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다시 정치 생명에 위기를 맞게 됐다.

야권은 사카슈빌리 대통령이 무모한 전쟁을 벌여 수천 명의 인명 피해와 함께 10억 달러 상당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