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 '룸바'로 잘 알려져 있는 글로벌 로봇 제조업체 아이로봇(미국).이 회사에는 말단 사원부터 최고경영자(CEO)까지 전 임직원이 지키는 원칙이 있다.

1년에 2주씩 아이디어 휴가를 가는 것이다. 창의력은 푹 쉴 때 발휘된다고 판단한 경영진이 직원들로 하여금 미래에 대해 마음껏 상상할 수 있도록 마련한 휴가 프로그램이다.

아이디어 휴가의 효과는 어땠을까. 연간 3억달러(약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룸바'에 대한 아이디어가 휴가를 보낸 직원에게서 나왔다. 지붕을 청소하는 '루지',의사 소통 기능을 갖춘 '커넥터' 등 차세대 로봇의 상당수도 같은 방식으로 개발이 시작됐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일과 삶의 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정이 편안하고 스트레스가 적은 직원일수록 창의적이고 업무 성과도 높다고 판단해서다. 아이로봇처럼 직원들의 창의성을 자극하기 위해 별도의 휴가를 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삼성전자가 시범 운영에 들어간 뒤 국내에서 논란이 일었던 자율출 · 퇴근제 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점차 일반화하는 추세다. 1996년 31%였던 미국 기업의 자율출 · 퇴근제 도입 비율은 2003년 71%까지 높아졌다.

핀란드의 글로벌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는 재택근무,자율출 · 퇴근제,장기 휴가,파트타임 근무 등을 모두 허용하고 있다. 일하는 도중 아이를 돌봐주는 탁아시설,쉬는 시간에 조깅을 하며 체력을 단련할 수 있는 체육관도 회사가 직접 운영한다.

미국 연방공무원을 관리하는 인사관리처도 최근 '일과 삶'이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충분한 가족휴가를 보장하고 직원들의 여건에 따라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게 한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 중에도 출 · 퇴근 시간을 직원들이 고를 수 있도록 한 기업이 많다. 한국P&G,한국IBM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은 원하는 요일을 골라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노트북만 인터넷에 연결하면 상사와의 화상통화가 가능할 만큼 정보기술(IT)이 발달해 재택근무로 인한 문제점을 느끼기 힘들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