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ㆍ이광재 이어 정상문도 불법자금 건네

`정대근 리스트'도 베일을 벗을까.

9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정대근 전 농협회장에게서 수천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돼 정 전 회장의 금품 살포 여부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정 전 회장은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이광재 민주당 의원에게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지만 정 전 비서관이 추가되면서 `리스트'로 커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박연차 리스트'와 함께 `정대근 리스트'가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검찰이 우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로비 의혹 수사에 주력하면서 정 전 회장은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다.

정 전 회장은 그동안 "국회의원이 내게 부탁할 위치이지 내가 부탁할 위치가 아니었다"면서 이 전 수석과 이 의원 이외의 정치인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로비 의혹을 부인해 왔다.

`농민 표밭'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들에게 농협 회장이 돈을 줄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검찰도 지난달 말 계좌추적 결과 이 전 수석 등 2명 이외에는 정 전 회장이 돈을 준 인사가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이 정 전 비서관에게도 `검은 돈'을 전하는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에게 불법자금을 준 혐의가 속속 드러나면서 정 전 회장의 금품 살포 목적과 범위가 또다시 시선을 끌게 됐다.

정 전 회장은 농협이 세종캐피탈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사례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고 박 회장에게서도 미화 250만 달러를 받는 등 100억 원 넘게 대가성이 의심되는 돈을 챙겨온 혐의를 받고 있는 만큼 이 돈을 `쌈짓돈' 삼아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도 돈을 건넸다는 의혹이 일고 있어서 `정대근 리스트'의 폭발력에도 세간의 관심이 쏠린 상태다.

하지만 수억원씩 `척척' 뿌린 박 회장과는 달리 정 전 회장이 건넨 것으로 나타난 돈의 액수는 비교적 소액이어서 `박연차 리스트'의 파급력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 전 회장은 이 전 수석에게 1천만 원, 이 의원에게는 3만 달러를 준 데 이어 정 전 비서관에게도 많아야 수천만 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다른 정치인에게 추가로 전달한 불법 자금이 있는지 추적하는 한편 개인적 이권을 위한 청탁이 있었는지 혹은 자금 제공을 요청한 인물이 따로 있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