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격 `고해성사'로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노 전 대통령 본인과 주변으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됐던 지난해 말부터 검찰과 정치권 안팎에서 이미 "수사의 최종 과녁은 노 전 대통령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긴 했지만 검찰은 한결같이 `성역없는 수사'를 표방했었다.

수사가 검찰 밖에서는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지만 지난 정권에 대한 `보복 수사'라거나 야권을 탄압하려는 `표적 수사'라는 비난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였다.

박 회장의 돈을 받은 혐의로 이정욱 전 해양수산개발원장이 처음 구속된 뒤 외형상으로는 검찰 수사가 여야의 균형을 양과 질에서 두루 맞추는 듯했다.

`추부길-이광재, 박관용-김원기, 박진-서갑원, 이정욱-송은복' 등 검찰에 구속되거나 소환조사를 받은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수사의 형평을 맞춘 것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7일 이후 검찰 수사가 노 전 대통령 쪽으로 무게중심이 급히 쏠리는 분위기이다.

`노무현의 집사'라는 별칭이 붙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체포됐고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됐다.

여기에 이날 노 전 대통령이 홈페이지에 올린 글은 파괴력을 발휘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가 박 회장에게 돈을 받았다고 시인했고 검찰 조사에 응할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애초 국회 회기 중인 4월엔 박 회장에게 금품을 받은 경남·부산 중심의 지방자치단체장과 전직 정치인 등을 조사한다는 게 `큰 그림'이었지만 `돌발변수'가 터지는 바람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로 직행하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의혹을 규명한 뒤 지자체장, 전·현직 의원, 법조계 인사 등을 수사하기로 방향을 틀면서 이들 인사는 잠시나마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한편, 수사의 균형추가 기울면서 의혹을 받는 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상대적으로 더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추 전 비서관이 박 회장의 청탁과 돈을 받고 실세 의원들을 통해 세무조사 등을 막아달라고 모종의 로비를 시도했다는 정황이 포착됐음에도 검찰 확인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구속된 추 전 비서관의 죄목이 알선수재인 만큼 그의 혐의를 입증해 기소하려면 금품수수 이후 그의 `동선'을 추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검찰은 통화 내용과 청와대 출입기록을 면밀히 조사 중이며 이번 주 후반 추 전 비서관을 기소할 때 제기된 의혹을 함께 밝히겠다고 해 야권과 국민이 납득할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