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횡령과 조세포탈, 배임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이 7일 오후 자신의 홈페이지(http://www.ahnhj.kr)에 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의리를 지킨 것에 대해 "강금원 회장을 위한 변명"이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안 최고위원은 "노무현 정부 임기가 다 끝나가던 어느날 강 회장이 독백처럼 '두고 봐라. 퇴임 후 대통령 옆에 누가 남아있는지 봐요. 아마 나 말고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 겁니다. 지금은 모두가 다 인간적 의리를 지킬 것처럼 말하지만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라며 글을 써 내려갔다.

그는 "부산 사람이 호남 민주당에 남아서 김대중 깃발 들고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다 떨어지고 떨어지던 그 노무현 의원에게 마음의 빚을 지었다고 말하던 강 회장이었다"며 "하지만 그 의리 지킴이 그에게 끊임없는 시련과 고통으로 다가오는 현실이 그저 괴로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안 최고위원은 "지난 2003년 12월 대선자금 수사로 강금원 회장과 나는 감옥에 갔고, 첫 공판이 있던 2004년 1월 어느 날 재판을 받기 위한 피고인 대기실에서 저는 몇 달 만에 강금원 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며 "그는 중공군 솜누비옷 같았던 차림으로 포승에 묶인 채 재판정 대기실에 나타났고, 그런 그분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저 바라보며 눈물지어야만 했다. 미안해서 울었고, 고마워서 울었다"고 말했다.

안 최고위원은 "무슨 특혜를 입은 것도 없고 대통령 후원자로서 감옥과 치도곤이만을 당해야 했던 그 분(강회장)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감사하다는 말뿐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강회장은 도대체 왜 우리를 도와주고 계십니까. 무슨 덕을 바라고 그러신 것이라면 이제 임기도 끝나고 덕 볼 것도 없는데 무슨 마음으로 의리를 지키십니까'라고 묻자 강 회장은 '나는 젊었을 때부터 호남사람으로서 부산에 건너와 사업했다. 부산이 나의 제2의 고향인 셈이다. 하지만 나는 호남에 대한 끝없는 편견과 선입견에 시달려야 했다. 툭하면 사람들은 말했다. 호남 사람 의리 없다, 신용 없다고. 하지만 나는 보여줄 것이다. 호남 놈이 얼마나 신용 있고 의리 있는지. 부산 사람 노무현 대통령이 보여줬던 호남에 대한 의리가 있었다면 나 또한 역시 호남 사람으로서 보여주고 싶다. 권력에 부나방처럼 달려들던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떨어져 나가도 내가 대통령 옆에 있음으로서 호남사람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고쳐주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안 최고위원은 "아무런 특혜도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 그였지만 모든 권력을 다 내려놓고 힘도 빽도 없는 전임 대통령을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가 함께 해주시는 분은 결국 강회장이었다"며 "미국처럼 대통령이 퇴임하면 대통령 기념관이나 도서관을 짓자고 말하던 그 수많은 사람들이 정권이 바뀌고, 현직 대통령의 서슬 퍼런 위세에 기가 질려 발길을 끊고 있을 때, 그분만이 봉하마을을 지켰다"고 말했다.

안 최고위원은 "노 전대통령에게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붙였던 것과 같은 논리로 강 회장을 '바보 강금원'이라고 부르고 싶다"며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싶다"고 변의 글을 맺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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