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기록에서도 풍성한 화제를 낳고 있다.

야구의 본 고장 미국을 제치고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도미니카공화국이 `축구의 나라'인 네덜란드에 두번씩이나 덜미를 잡혀 탈락하는 대이변 속에 단기전이라는 특성상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기록들이 쏟아지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네덜란드와 1차전에서 2-3으로 패한 뒤 패자부활 결승에서도 연장 11회의 접전 끝에 1-2로 역전패해 탈락했지만 팀 평균자책점은 0.31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총 실점은 5점이지만 4점이 수비 실책으로 인한 비자책 점수였고 유일한 자책점은 네덜란드전 연장 11회말 1-0 리드를 지키기 위해 등판했던 마무리 투수 카를로스 말몰이 내준 단 1점 뿐이었다.

0.31이라는 방어율은 투수 개인이 기록해도 대단한 수치로 평가되는데 팀 방어율 0.31의 `짠물 투구'를 하고도 탈락했다는 사실은 아무리 단기전이라도 쉽지 않은 경우다.

우승후보 0순위였던 도미니카공화국은 이른바 `살인타선'이라고 불릴 만큼 최강의 공격력이 최대 장점이었지만 팀 타율이 0.221에 그쳐 즐비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원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기적의 2연승을 거둔 네덜란드는 팀타율이 0.151로 남아공(0.172)보다 못한 전체 꼴찌이며 팀 타점도 3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팀 방어율 1.75를 기록한 투수들의 호투 속에 상대도 실책으로 도와줘 행운의 2라운드 티켓을 거머쥔 셈이다.

한국과 2라운드 1차전에서 대결하는 멕시코는 1라운드 B조에서 2차례 10점 차 이상 승리와 2차례 콜드게임패를 당한 `도깨비팀'이다.

질 때나 이길 때나 화끈했다.

멕시코는 1라운드 최다홈런(12개), 최다타점(37점)에 팀타율도 쿠바(0.394)와 베네수엘라(0.347)에 이어 3위인 0.346으로 타선이 한번 불붙으면 무서울 게 없지만 팀 방어율은 10.74로 15위다.

그만큼 공격과 수비의 불균형이 심각한 팀이다.

반면 D조 1위를 차지한 푸에르토리코는 도미니카공화국을 만나지 않고 파나마와 네덜란드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둔 덕에 팀방어율 0.89, 팀타율 0.316으로 가장 안정된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한편 한국은 아시아라운드의 전력 판도가 '2강 2약'으로 뚜렷하게 구분된 상태에서 일본과 1차전에서 콜드게임패를 당했지만 1-2위 결정전에서 1-0으로 승리하는 등 3승을 모두 완봉승으로 장식했다.

(피닉스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