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자 9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호순(39)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수원지법 안산지원 401호 법정은 재판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재판 시작 30분 전부터 피해자 유족들과 시민, 취재진 등 1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오후 2시가 되자 녹두색 수의 차림의 강호순이 다소 수척한 얼굴 모습으로 양팔을 교도관들에게 잡힌 채 고개를 숙이고 법정에 들어서자 순간적으로 법정이 술렁였다.

유족들과 방청객들은 그러나 강호순을 향한 욕설이나 흥분을 자제한 채 법정으로 들어서는 강호순을 묵묵히 지켜봤다.

강호순은 재판부가 이름과 나이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과 검사의 공소 요지 진술 등 20여분의 모두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눈을 감고 얼굴이 가슴에 파묻힐 정도로 고개를 숙인 채 피고인석에 비스듬히 앉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피고인 이름은 '강호순', 주민번호는 '70XXXX', 직업은 '축산업' 맞습니까"라는 재판부의 신문에 강은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작은 목소리로 '네'라고 답했다.

재판부가 이어 거주지와 본적지를 묻자 강은 거주지 '안산시 본오동…', 본적지 '충남 서천군…"이라고 또렷하게 답하고 자리에 앉았다.

부녀자 살인, 성폭력범죄처벌법 중 강간, 현주건조물방화치사(장모집 방화), 존속 살해 등 혐의를 적용한 검찰의 공소요지에 대해 변호인은 장모 집 화재와 관련된 방화치사 혐의를 제외하고 나머지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2005년 10월 강의 장모 집 화재를 강이 저지른 방화살인으로 보고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및 존속살해 혐의를 공소장에 포함시킨데 대해 혐의를 입증할 직접증거가 적시돼 있지 않다며 반론을 폈다.

변호인은 공소장에 적시된 피고인의 성격과 성습관 등 기록이 공소가 제기된 범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며 검찰이 '마녀사냥'식으로 피고인의 과거 경력 등을 공소장에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어 "죄를 심판하는 것이지 인간에 대한 심판은 아니지 않냐"며 재판부에 수정을 요청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피고인은 일반인이 납득하기 어려운 범행 동기를 대고 있어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증거 자료"라면서 "죄를 지은 인간을 심판하려는 것"이라고 변호인 주장에 맞섰다.

공소장 기록에 대한 이견과 재판진행 절차 등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의 공방으로 이날 재판은 오후 3시가 넘어 끝났고 강호순은 고개를 숙인 채 교도관들에 이끌려 법정을 나섰다.

법원 측은 강력범에 대한 재판이라는 점을 감안해 법정 안에 교도관 10여명을 대기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법원은 이날 재판 시작 2시간 전부터 입장을 원하는 유가족과 취재진에게 선착순으로 방청권을 배부했다.

또 국내외 취재진 30여 명은 재판 2시간 전부터 검찰청사에서 법원 지하통로로 연결되는 검찰 청사 내 호송차 주차장 앞에서 출정하는 강호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취재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안산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gaonnu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