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방화치사 증거 없다"..쟁점 예고

경기서남부지역에서 부녀자 9명을 살해하고 장모집에 불을 지른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강호순(39)에 대한 1심 첫 재판이 6일 오후 2시 안산지원 401호 법정에서 제1형사부(이태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검찰은 이날 공소요지 진술에서 "강호순은 처 명의로 여러개의 보험에 가입한 뒤 장모 집에 불을 질러 잠자고 있던 처와 장모를 살해하고 4억8천여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며 "특히 처와 장모를 살해한 심리적 고통을 모면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거나 노래방에서 일하는 도우미를 상대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강호순은 누구든 유혹해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왜곡된 여성관을 갖고 있으며 거부할 경우 살해했다"며 "올 1월에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그동안 범행에 사용했던 자신의 에쿠스와 무쏘승용차에 불을 질러 증거를 은폐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공소요지를 낭독하는 동안 녹두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강호순은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 묵묵히 들었다.

국선 김기일 변호사는 "검찰이 사건과 관련이 없는 강호순의 경력과 전과기록, 성향 등을 공소장에 적시한 것은 형사소송법상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방화치사 혐의 등에서 제시한 강호순의 성격이나 과시욕 등 관련 각종 기록을 공소사실에서 삭제하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또 "검찰은 특히 방화치사 혐의에 대해 충분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는 등 구체성이 없다"며 "최소한 범행 시간과 장소를 특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법원의 집중심리에는 찬성하나 피고인과의 충분한 접견이 이뤄지지 않았고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피고인은 6건의 살인 혐의는 인정하나 방화치사 혐의는 부인하고 있는 만큼 충분한 자료열람과 자유로운 상태에서 피고인에 대한 접견을 보장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강호순의 진술이나 변명 등을 놓고 볼 때 방화를 저지른 경위와 동기 등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기 때문에 피고인의 성격과 평소 성향을 불가피하게 적시한 것"이라며 "이는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또 "강호순을 기소한 이후 지난 2005년 11월4일 당시 S생명 등 4개 보험사에 화재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ARS 전화를 한 육성녹음을 기소 이후 확보했다"며 "기소 후에도 방화사건을 수사했기 때문에 변호인에게 기록을 열람하게 할 수 없었으나 앞으로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차 공판을 오는 11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고 이어 16일에도 다시 재판을 열어 집중심리제 적용 등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에 앞서 방청석을 가득 메운 기자들과 유가족에게 "원만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정질서를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안산연합뉴스) 강창구 기자 kcg3316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