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땅콩버터 제품의 살모넬라균 대량 오염 파동의 진원지인 땅콩 가공회사 PCA사의 조지아공장 외에 나머지 2개 공장도 위생상태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1976년 버지니아 린치버그에서 설립된 PCA사는 오염파동의 진원지로 드러난 조지아 남서부 블레이클리 공장 외에 버지니아주 서퍽 및 텍사스주 플레인뷰에도 공장을 가동중이다.

블레이클리 공장에 대한 연방식품의약청(FDA) 조사결과, 공장 문틈으로 쥐가 자유롭게 드나들고, 지붕에는 빗물이 스며들며, 바퀴벌레와 곰팡이가 창궐하는 등 위생상태가 `후진국 수준'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극히 불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상원 청문회에서는 "직원들이 공장 내에 바퀴벌레가 다니는 것을 보고, 경영진에도 이를 보고했으나 묵살됐다"면서 "오염물질 제거 및 예방 등을 위해 공장 문을 닫은 적이 한번도 없다"는 전직 직원의 증언까지 나와 충격을 던져줬다.

텍사스 북서부에 있는 PCA의 플레인뷰 공장도 이번 파동이 나기 전까지 식품위생당국의 검사를 한번도 받지 않았으며, 4년간 무허가 상태에서 운영돼온 것으로 텍사스 주정부 기록에서 드러났다.

텍사스주에서는 식품제조 및 가공업체들이 2년마다 면허를 갱신하고, 정기적으로 위생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 같은 규정을 하나도 지키지 않은 셈.
여기에 버지니아주 서퍽에 있는 공장도 위생상태도 엉망이어서 주 위생당국으로부터 시정요구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퍽에 있는 PCA의 자회사인 `타이드워터 블랜칭'사 공장은 창고에서 쥐똥이 발견되고, 새가 공장 내로 날아드는 것은 물론 공장 내부에서 곰팡이까지 발견됐다.

이 공장은 땅콩 껍질을 벗겨내어 표백을 시킨뒤 블레이클리 공장이나 땅콩을 볶아내거나 가공하는 다른 업체에 원료를 공급해온 곳으로, 작년에 받은 2차례의 위생검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난 것.
유에스에이(USA) 투데이는 10일 버지니아주 농무.소비자담당국의 보고서를 인용, 공장 문에 쥐가 드나들수 있을 정도의 틈이 있었고, 창고 바닥에서 쥐똥이 43개 발견됐고, 새가 땅콩 컨테이너 위에 날라와 앉기도 했으며, 43개 땅콩 컨테이너 표면에서 곰팡이가 대량으로 발견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PCA사는 이런 위생문제 뿐만 아니라 비윤리적 영업으로도 지탄을 받고 있다.

우선 작년에 PCA사가 살모넬라균 감염이 의심되는 볶은 땅콩 및 땅콩버터 제품을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무료급식용으로 연방정부에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무료점심 급식용으로 판매된 제품의 양은 모두 32대 트럭 분량으로 캘리포니아, 미네소타, 아이다호주의 학교에 보급된 것으로 확인돼 뒤늦게 리콜 소동이 벌어졌다.

PCA사는 또 당초 발표와는 달리 자사 제품 및 원료들을 `달러 트리 스토어' `달러 제너널' 등 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의 소매점에도 직접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저가상품 회사들에 판매된 제품들은 10일 현재까지 미 연방정부가 땅콩버터 파문과 관련해 리콜 대상으로 올린 1천800여개 제품에 포함돼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PCA는 지난 1월28일 성명에서 "땅콩 관련 제품이나 가공원료를 일반 소매점에는 직접 판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가 지난 8일 이를 번복했다.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는 이에 따라 PCA사의 버지니아 본사 및 블레이클리 공장 등에 대해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9일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에서는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땅콩버터 제품을 먹고 최소 8명이 숨지고, 43개 주에서 550명 이상이 감염됐다.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