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채권(국채 중심)이 투자 수단으로 인기를 끌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채권수익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채권을 매집하는 이상 과열조짐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현재 기관투자가들의 채권 보유 물량이 적정한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모기지 사태 이후 세계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늘어나기 시작한 채권보유 물량은 적정 수준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이후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뚜렷한 대체 투자수단이 없어 국제투자자금의 채권 매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이 채권 과다 보유에 따른 위험을 경고하면서 적정 수준으로 환원할 것을 권고하는 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앞으로 금융환경은 급변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 세계 각국의 정책금리는 적정 수준보다 낮다.

한 나라의 금리가 경제 여건에 비해 적정한가를 판단하는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을 이용해 세계금리를 따져보면 세계 평균금리는 적정 수준보다 2%포인트 정도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채권 수급 측면에서도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공급과잉'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각국의 재정수지와 재정계획을 감안할 때 신규 국채발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만약 이미 밝힌 방침대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국채를 대신해 회사채를 직접 금리조절 풀(pool)로 사용할 경우 국채에서 회사채로의 교환현상(switching)까지 예상된다.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채권 과다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국제금융시장에서 최근의 채권버블 혹은 매집현상이 채권덤핑 현상으로 급반전하면서 채권수익률이 이례적으로 급등하는 현상까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최근 들어 월가를 중심으로 잇달아 제기되는 올해 말 채권시장 붕괴 시나리오의 핵심 내용이다.

궁금한 것은 채권덤핑 우려가 있을 경우 곧바로 증시에서 글로벌 펀드 간 앞말이 뒷말을 끌어주는 '밴드 웨건(Band Wagon)' 현상이 일어나면서 주가가 상승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종전의 경우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려면 실물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없어야 가능하다.

최근처럼 실물경기가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 경우 채권시장 붕괴 우려가 잇달아 제기된다 하더라도 증시에서는 '밴드 웨건'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일부 낙관론대로 올 하반기 이후 세계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 주가가 크게 올라갈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 글로벌 주가가 40% 이상 폭락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손실이 컸던 만큼 밴드 웨건 현상이 나타나면 채권시장에서 이탈된 자금이 의외로 증시 쪽으로 쏠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일부 기관투자가와 부유층을 중심으로 '채권은 무조건 사놓고 보자'식의 채권매집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채권 보유를 늘리는 행위는 큰 손실을 입으면서 새롭게 찾아올 기회를 포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