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의 아성이었던 국내 휴대폰 시장에 외국 업체들 제품이 다음 달부터 쏟아질 예정이다. 대만 HTC의 '터치 다이아몬드'와 노키아의 '6210 내비게이터'가 내달 출시되고,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 X1'도 1분기 안에 나올 전망이다. 다양한 외산폰의 도입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됐다는 긍정적인 측면은 있지만,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외산폰으로 인한 가격 인하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노키아,애플 등 국내 시장 진출

올해 첫 외산폰의 주인공은 SK텔레콤이 다음 달부터 판매할 예정인 HTC의 '터치 다이아몬드'다. 이 제품은 화려한 외관 디자인과 터치스크린 방식의 편리한 사용자 환경(UI)을 자랑하는 제품이다. 해외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의 대항마로 평가받기도 했다. HTC가 지난해 8월 국내 시장에 내놓았던 터치듀얼폰에 비해 기능이나 편의성에서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키아의 휴대폰도 6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노키아는 다음 달 '6210 내비게이터'를 내놓을 예정이다. 노키아가 국내 업체들에 밀려 2003년 철수한 이후 다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이번에 나올 제품은 보행자용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서비스인 '맵스 2.0'에 특화한 제품이다.

소니에릭슨의 전략폰인 '엑스페리아 X1'도 SK텔레콤이 3월께 들여온다. 이 휴대폰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모바일 운영체제(OS)를 장착한 터치스크린 방식의 스마트폰(PC 기능을 갖춘 휴대폰)이다. PC 키보드와 자판 배열이 비슷한 쿼티(QWERTY) 키패드를 탑재한 것도 특징이다.

SK텔레콤은 오는 4월 국내 무선인터넷 표준인 위피(WIPI) 탑재 의무화가 완전히 폐지되면 지난해 말 기업용으로 들여왔던 '블랙베리 9000 볼드'를 소비자용으로 다시 내놓을 계획도 갖고 있다. KTF 역시 지난해 중반 들여왔던 중저가 스마트폰인 기가바이트의 듀얼모드폰을 일반 소비자용으로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 아이폰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아이폰 국내 출시와 관련해선 최근 애플과 국내 이동통신사 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또 아이폰은 지난해 중반 출시된 모델인 만큼 구형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국내엔 여전히 애플 마니아들이 많다는 측면에서 SK텔레콤 KTF 등이 아이폰 도입에 다시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G텔레콤은 경쟁사들의 외산폰 도입 움직임을 살피면서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다. LG텔레콤은 그동안 일본 카시오의 캔유 시리즈를 국내 시장에 출시해 왔다. 다음 달에는 지난해 내놓았던 캔유의 후속 모델인 'S1000'을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앞으로 구글의 운영체제가 장착된 안드로이드폰 등을 내놓으며 스마트폰 분야도 넘볼 가능성이 있다.

◆외산폰 파급 효과는 크지 않을 듯

이처럼 외산 단말기의 국내 진입이 본격화됨에 따라 앞으로 시장에서 얼마나 파급력을 발휘할지도 관심사다. 현재로서는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 취향이나 이용 패턴,애프터 서비스 등을 고려할 때 큰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대부분의 외산 단말기가 아직은 수요가 적은 스마트폰 모델이라는 점에서 올해 판매액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외산 업체들의 국내 진입이 삼성전자 LG전자 등 몇몇 국내 업체들이 독차지했던 시장 구조를 바꾸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개방화 등을 통해 시장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 입장에선 공급처 다변화를 통해 일부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저가형 외산 스마트폰을 많이 내놓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외산 휴대폰의 가격 대비 성능이 국산 단말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고환율 등이 외산폰의 가격을 높이고 있어 이동통신사들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외국 업체들은 이동통신사와의 협상에 고압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어 국내 이동통신사 내부에서도 도입 반대 여론도 나오는 분위기다.

◆가격 인하 효과 기대하기 어려워

SK텔레콤과 KTF는 최근 도입하기로 한 외산 휴대폰 종류를 절반 이하로 대폭 줄이거나 일부 모델은 도입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가격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도입이 확정된 소니에릭슨의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X1은 도입가가 600달러 선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최근 환율을 기준으로 했을 때 80만원을 넘는다. 소니에릭슨의 국내 지원 조직이 없는 상황에서 애프터 서비스나 마케팅 비용을 고려했을 때 너무 비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앞서 법인용으로 판매 중인 블랙베리 역시 이메일을 제외하곤 특별한 기능이 없음에도 79만원 선으로 책정됐고,내달 출시될 노키아의 6210 내비게이터와 HTC 터치다이아몬드 등도 같은 수준의 국산 단말기와 가격 면에서 강점을 보이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국내 휴대폰 시장이 기존의 삼성전자와 LG전자,모토로라를 포함한 노키아,소니에릭슨 등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들의 격전장이 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새롭게 도입되는 스마트폰 위주의 외산폰이 국내 시장에서 얼마나 큰 흥행을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