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태.황창규 퇴임..최지성 도약

지난 수 십년동안 삼성전자와 한국 전자산업을 이끌어온 '신화'의 주역들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상대적으로 젊은 수장들이 삼성전자 경영 전면에 나섰다.

16일 단행된 삼성 그룹 사장단 인사 결과,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는 '삼성 애니콜 신화'의 주인공인 이기태 대외협력담당 부회장과 반도체 신(新) 성장이론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황창규 기술총괄 사장의 퇴임이 결정됐다.

이 부회장과 황 사장은 각각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휴대전화와 반도체를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인물로, 그동안 삼성전자 직원들에게는 '아이콘(상징)'과 같은 존재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07년까지 7년동안 정보통신총괄을 사장으로 재직하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삼성전자 휴대전화 '애니콜'을 세계 시장 점유율 2위 자리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반도체총괄에서 기술총괄로 자리를 옮긴 황창규 사장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 전문가로,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을 창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D램 뿐 아니라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도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석권하는데 1등 공신 역할을 해왔다.

1948년생인 이 회장의 경우 나이 기준에 따라 퇴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삼성그룹 인사가 1948년 이전 출생, 즉 60세가 넘는 분들의 퇴진을 원칙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황 사장의 경우 1953년생으로 나이 기준에는 해당 사항이 없었지만 2000년 이후 줄곧 대표이사를 맡아 CEO로서 '장수'했고, 후진 양성 작업이 끝났다는 판단에 따라 스스로 퇴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두 분다 흔쾌히 용퇴를 결정하셨다"고 전했다.

반면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이윤우 부회장과 최지성 사장은 각각 디바이스솔루션(부품) 부문장과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셋트) 부문장을 맡아 막강한 권한의 '쌍두마차'로 떠올랐다.

지난해 5월 삼성의 '쇄신 인사'에서 윤종용 부회장의 빈 자리를 메우며 삼성전자의 사령탑이 된 이 부회장은 이번 인사로 다시 '포스트 윤종용' 체제의 핵심으로서 자리를 굳혔다.

이 부회장에게는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품부문장, 사장단협의회 산하 기구인 투자조정위원회 위원장, 이번 인사를 주도한 인사위원회 위원장 등 핵심권한이 집중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68년 그룹 공채로 삼성전관에 입사해 1977년부터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면서 '삼성 반도체' 성공 신화를 일궈낸 주역이다. 오랜기간 반도체총괄과 기술총괄을 맡아 삼성 경쟁력의 기반인 기술개발전략 전반을 챙겨왔고, 대외협력 담당으로 글로벌 거래선과의 원활한 네트워크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정보통신총괄 사장인
최 사장은 앞으로 디지털미디어까지 더해 디지털미디어.커뮤니테이션 사업을 진두지휘한다.
최 시장은 그동안 삼성전자 안에서 반도체, 디지털미디어, 정보통신 분야를 두루 거치며 삼성전자의 글로벌 기업 도약에 크게 기여했다. 반도체 해외영업을 담당, 14년동안 반도체 신화에 일조했고, 2006년에는 보르도TV를 앞세워 삼성전자 TV를 세계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지난 198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1인 사무소장으로 발령을 받은 뒤 1천여 페이지 분량의 반도체 기술교재를 암기한 후 바이어들을 상대했고, 알프스 산맥을 차량으로 넘어 다니며 부임 첫 해 100만 달러 어치의 반도체를 팔았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