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완화와 관련해 당초 기대를 모았던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 폐지,서울 강남 3구에 대한 주택투기및 투기과열지구 해제,신규주택 양도세 한시 면제 등의 조치가 무산(霧散)됐다. 국토해양부는 어제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이들 방안을 논의했지만,공공택지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재당첨 금지 한시 폐지 등을 제외한 핵심 규제를 일단 유지키로 한 것이다. 정부는 남은 규제도 조만간 대폭 완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부동산 경기 연착륙이 어느 때보다 다급한 상황에서 자칫 실기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무려 25만가구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미분양 누적과 부동산 가격 급락이 건설업체의 연쇄도산 가능성을 높이고,가계부실로 인한 금융불안의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태가 악화될 경우 경제 전반에 대한 막대한 타격은 불보듯 뻔하다. 부동산 규제 폐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얘기다.

정부가 핵심 규제의 폐지를 보류한 것은 오랜 만에 빠지고 있는 강남 집값 거품이 다시 도질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남 주택시장도 이미 거래두절 속에 가격하락 추세가 뚜렷하고,지금은 투기를 걱정하기보다는 수요 촉진이 급선무인 실정이다.

사실 이제는 웬만한 규제를 모두 풀더라도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고 미분양 해소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이 워낙 싸늘하게 식어 있어 규제철폐만으로 시장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인 까닭이다.

투기지역 해제만 해도 그렇다. 이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대출규제가 완화되고 분양권 전매도 가능해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규제가 해제된 다른 지역의 경우에서 보듯,금융권의 신용경색으로 자금이 묶여 주택수요는 꿈쩍도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보다 과감한 규제철폐가 필요한 때이다. 자꾸 머뭇거리면서 부동산시장을 방치하다가는,나중에 어떤 정책수단으로도 시장을 살리기 어려운 사태가 올 수 있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규제는 부동산 가격안정보다 시장을 왜곡(歪曲)시켜 장기적으로 집값 불안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 또한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