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손인웅 목사

거리 곳곳에 성탄을 알리는 트리가 반짝이는 요즘 교회들은 바쁘다. 성탄예배와 행사 준비 외에도 그늘진 곳,소외된 이들을 향한 나눔의 손길을 모으느라 분주하다. 2000여년 전 예수 그리스도가 번화한 도성의 화려한 왕궁 대신 시골마을 베들레헴의 초라한 말구유에서 태어난 것도 섬기고 나누기 위해서였다.

[월요인터뷰] 손인웅 목사 "사랑과 나눔은 실천할수록 솟아나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서울 성북동 덕수교회에서 평소 섬김과 나눔을 조용히 실천하며 화해와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손인웅 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를 만나 성탄의 의미와 삶의 지혜를 들어봤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모두가 힘들어하는 때에 성탄절을 맞게 됐습니다. 예수님 탄생의 의미를 어떻게 새겨야 할까요.

"예수님은 2000여년 전 이스라엘 민족이 가장 어두운 상황에 처했을 때 빛으로 오셨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섬기러 왔다'고 하셨거든요.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교회가 더 열심히 이웃을 섬기고 빛을 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성탄절은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건 아니건,믿는 나라건 아니건 전 세계적인 명절입니다. 모두가 분주한 연말,춥고 삭막해지기 쉬운 계절에 크리스마스 트리와 캐럴과 따뜻한 분위기로 주위의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면서 새해를 맞이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

―올해에는 교회와 성당,기독교단체들이 마련한 나눔의 자리가 더 풍성한 것 같습니다.

"평소에도 잘 해야 하지만 한국인들은 위기를 맞으면 더 힘을 내고 이웃을 돕는 실력을 발휘하잖아요? 교회 또한 평안했을 때에는 잊고 지낸 사람들을 어려울 때면 더 생각하고 열심히 돕자는 동기 부여가 됩니다. "

―지난해 개신교계가 한국교회봉사단을 구성해 '서해안 살리기'를 초교파적으로 벌이면서 사회봉사가 더욱 확대되는 것 같은데요.

"사실 그동안에도 교회가 봉사를 안 한 것은 아닙니다. 오른손이 하는 걸 왼손이 모르게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요. 그러나 각자 하다 보니 잘 알려지지 않고 단합도 덜 됐어요. 그래서 기독교계 전체가 공동으로 일을 하면서 힘을 모으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고,실제 그렇게 해보니 힘이 모이고 탄력이 붙게 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죠.교회가 사회를 위해 더 나누고 섬기라는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

―취지는 좋지만 많은 일을 하다 보면 힘도 들지 않습니까.

"사랑 실천과 봉사는 할수록 힘이 나고 신이 납니다. 그래서 사랑의 샘은 퍼내고 나눌수록 더 좋은 물이 더 많이 솟아나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입니다. 사랑이라는 에너지는 메말라버리거나 고갈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되는 원천(源泉)입니다. 우리가 성령 충만의 은혜를 받는 것은 사랑이 흘러나오게 하는 하나님의 역사인데 그 샘물을 막아버리고 나누지 않으면 물이 썩게 되지요. "

―서울 조계사를 비롯한 여러 사찰에 성탄 축하 플래카드가 잇달아 걸렸습니다. 타 종교 지도자들이 축하 메시지도 보냈더군요.

"우리 교회 이웃의 길상사에도 축하 현수막이 걸릴 겁니다. 부처님오신날과 성탄절에 서로 꽃을 보내고 축하방문도 합니다. 성북동에는 천주교 수도원이 8곳이나 있고 사찰도 여러 곳인데 서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우리 교회와 길상사,성북동성당이 함께 성북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바자를 열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길상사 신도와 우리 교회 교인이 함께 부스를 운영하며 친구처럼 친해졌어요. 그래서 저는 '종교는 다르지만 봉사는 하나다'고 했고 길상 주지 스님은 '사랑나눔 바자에 종교는 없다'고 선언했지요. 각자 자기 종교를 얘기할 것 없이 서로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은 점을 찾아 배우고 이웃이 될 수 있으니까요. "

―선교에 적극적인 한국 개신교의 풍토에서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겠는데요.

"종교 갈등을 극복하려면 선교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해요. 공격적 선교 대신 자기가 믿는 진리를 완전히 소화시켜 삶으로 보여주면 됩니다. 그러면 세상 사람들이 그걸 보고 절에 갈지 교회에 갈지 선택할테니까요. 자기가 믿는 진리에 대한 확신을 갖고 실천하는 것이 선교지요. "

―올해에는 불교계에서 공직자 종교편향 문제를 제기해 논란이 됐는데 어떻게 보셨습니까.

"예전에는 기독교가 소수종교로서 박해도 받고 차별도 받았는데 지금 종교편향 논란이 나오는 것은 교회가 커지고 많아지고 강자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기독교가 덩치는 커졌는데 생각은 약자 때 것을 못 벗어났어요. 강자는 포용하고 나눠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기독교에 대한 공격이 심해졌지요. 이른바 '안티 기독교'를 분석해보면 악의적 비판과 애정어린 비판,교회 안의 개혁론 등이 있는데 애정 어린 비판에 대해서는 뼈를 깎는 아픔을 딛고서라도 고칠 건 고치며 수용해야 합니니다. "

―특히 기독교의 배타주의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요.

"자기 종교의 우월성을 주장하며 타 종교를 폄하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구원에 이르는 데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는 종교다원주의를 지지하는 것과 다원적 종교상황을 인정하는 것은 다릅니다. 옛날 선조들이 유불선 3교를 융합.조화시켜 민족성에 녹여낸 것처럼 종교다원 사회인 지금도 서로 존중하며 공동선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세계적인 신학자 한스 큉(독일 튀빙겐대 명예교수)은 "종교 간 대화 없이 종교 간 화해 없고,종교 간 화해 없이 세계평화는 없다"고 했습니다. 예수님의 정신에 따라 세계를 포용해야 할 기독교가 타 종교를 배척하며 미워하면 더더욱 안될 일이죠."

― '국민을 섬기겠다'며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보다 나은 성적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백성들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합니다. 솔로몬이 하나님께 '지혜를 주십시오'라고 했을 때 그것은 백성의 소리를 잘 듣는 마음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솔로몬이 스스로 '작은 아이'라 하고 백성은 '큰 백성'이라며 백성의 소리를 잘 듣고 분별하려 애쓴 것처럼 자기를 낮추고 백성을 위해 모든 정책을 세우고 추진하면 돼요.

단 자신의 정책이 나라의 먼 장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확신한다면 반대하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설득해야 합니다. 제가 오래 전부터 봐온 이 대통령의 기본정신은 '백성을 섬기는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은 성적이 낮아도 임기 말에는 일하는 대통령,좋은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모두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경제위기는 전 세계가 공동으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 신앙적으로 보자면 서방 국가들이 '하나님의 경제'에 귀 기울이지 않고 천민자본주의와 금융산업,신자유주의에 너무 경도됐던 것에 대해 하나님이 브레이크를 건 것이라고 봐요. 따라서 서방 경제대국들도 생각을 다시 해봐야 합니다. 사회주의 국가들이 망한 것처럼 자본주의도 적절히 고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 경제도 체질을 바꾸고 재정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해요. "

―성탄과 새해를 맞는 독자와 국민들에게 힘이 될 만한 말씀을 좀 들려주십시오.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불확실한 미래,위험한 미래는 언제나 우리에게 있는 겁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경제가 어렵고 사회에도 성한 데가 별로 없지만 희망과 용기를 이야기하면 반드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서화동/정동헌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