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악셀을 뛸 때는 먼저 자세를 이렇게 잡고....그렇지!"

2008-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 은메달리스트 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한국 피겨의 미래를 짊어질 9명의 남녀 꿈나무들 앞에서 멋진 '시범 조교'로 변신했다.

16일 오후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아이스링크.
'피겨 꿈나무 클리닉' 일일 강사로 나선 브라이언 오셔(47.캐나다) 코치가 헤드셋 마이크를 통해 영어로 기술을 설명하자 곁에 있던 김연아가 유망주들에게 우리말로 통역을 해주고 곧장 빙판 위에서 멋진 시범을 보였다.

김연아의 친절한 통역을 듣고 '교과서 스케이팅'을 지켜본 어린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곧바로 '연아 따라하기'에 나섰다.

이날 클리닉에는 '리틀 연아'의 별명을 얻은 윤예지(과천중)를 비롯한 박소연(나주초), 이호정(남성초), 서채연(가동초) 등 여자 싱글 유망주와 남자 싱글의 맥을 잇는 이동원(과천초)과 김민석(불암고) 등 9명의 선수가 참가해 1시간 동안 스케이팅과 점프 기술을 배웠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오셔 코치의 악셀 점프 강의였다.

오셔 코치는 지난 1984년 사라예보 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올림픽 사상 첫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반)에 성공한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이 때문이 '미스터 트리플 악셀'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악셀은 6가지 점프 중 선수들이 가장 겁내는 기술.
다른 점프들이 뒤로 돌아선 상태에서 뛰어오르지만 악셀은 앞을 보고 뛰어올라야 해서 도약 순간에 두려움을 느껴서다.

하지만 오셔 코치는 선수들의 자세를 일일이 교정해주면서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고, 때로는 코믹한 표정으로 선수들의 긴장도 누그러뜨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국내 유망주와 유익한 시간을 보낸 오셔 코치는 "재능이 뛰어난 어린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해서 기쁘다.

모두 열심히 연습해서 김연아가 밟아온 길을 걸어가길 빈다"고 조언했다.

조교 역할을 제대로 맡았던 김연아도 "캐나다에서 훈련하느라 어린 후배들을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다"며 "국내 피겨 인기가 높아지면서 선수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맘놓고 훈련할 수 있는 빙상장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나 역시 훈련장을 확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체육진흥투표권 수탁업자인 스포츠토토㈜는 김연아와 함께 진행해온 '제2의 김연아 꿈나무 프로젝트 캠페인'을 통해 적립한 5천만원의 기부금을 국내 유망주들에게 장학금으로 내놨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