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이 흔히 감염되는 단순포진 바이러스(HSV-1)가 노인성치매와 연관이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과학적 증거가 새로 발견되었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 인터넷판이 6일 보도했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 생명과학과의 루스 이츠하크 박사는 노인성치매 환자의 특징적 증상으로 뇌에 축적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90%에서 단순포진 바이러스의 DNA를 발견했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모두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니고 치매에 걸릴 위험이 최고 60%까지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츠하크 박사는 밝혔다.

헤르페스라고도 하는 단순포진은 입술과 성기에 나타나는 두 가지가 있으며 이 중 HSV-1은 입술에 나타나 입술 주위에 물집이 생겼다가 3-7일 후 사라진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오래전부터 단순포진 치료제로 사용되면서 효과와 안전성이 이미 입증된 아시클로비르(상품명: 조비락스) 같은 항바이러스로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이츠하크 박사는 치매환자의 뇌세포에 쌓이는 아밀로이드 단백질 플라크를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정밀유전자분석을 실시한 결과 90%에서 HSV-1의 DNA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 DNA는 대부분 플라크 속에 들어있었다고 밝혔다.

HSV-1은 노인들의 면역력이 저하될 때 뇌에 들어가 잠복해 있다가 스트레스와 각종 감염 발생 때 다시 활성화되면서 뇌세포를 죽이고 죽은 뇌세포들이 분해되면서 아밀로이드 응집체가 만들어져 결국에 플라크가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츠하크 박사는 말했다.

이츠하크 박사는 앞으로 동물실험을 거쳐 3-5년 안에 초기단계의 치매환자에게 HSV-1을 표적으로 하는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임상시험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결과는 의학전문지 '병리학 저널(Journal of Pathology)' 최신호에 발표되었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s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