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1일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보호법이 곧 수술대에 올려질 판이다. 기간제(계약직)의 정규직 의무전환기간이 2년으로 제한돼 있어 법을 고치지 않을 경우 비정규직들의 대량 해고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내년 7월 이전에 직장에서 쫓겨나거나 정규직으로 전환될 비정규직이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노동부는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기간제의 사용기간 연장을 추진하는 것은 비정규직보호법이 오히려 인력운영의 유연성을 저해하고 대규모 계약해지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회사문을 닫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비정규직법을 개정해 기업의 인력운영에 숨통을 터 주고 기업활동을 원활히 돌아가도록 돕겠다는 의도다.

정부가 검토 중인 비정규직법 개정안은 현행 2년으로 제한된 사용기간에다 본인이 원할 경우 2년을 연장할 수 있는 '2+2방안'이 유력하다. 사용기간을 아예 철폐하거나 4년으로 연장 등의 방안도 검토되고 있으나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기간제 사용연장은 당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방편일 뿐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비정규직문제를 풀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규직노조의 철밥통을 깨는 데에서 실마리를 찾아가야 한다. 기업들이 정규직을 해고할 때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노조가 있는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조차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 정리해고에 나설 경우 대부분 노조의 저항에 부딪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정리해고를 주저하게 되고 만약 강행하더라도 엄청난 용기와 모험심이 있어야 한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노조의 집단행동에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다보니 기업은 핵심 인력이 아니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을 선호한다.

한국의 고용 유연성 순위는 OECD국가 중 12위로 중간 수순이지만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 내용을 감안할 경우 꼴찌에서 맴돈다. 노동법제를 놓고 볼 때 독일 스웨덴 프랑스 등의 고용 경직성이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단체협약내용까지 포함해 비교할 경우 우리나라 대기업의 고용 경직성을 따라올 나라는 없다. 그만큼 해고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두 배 가까운 임금을 받는 현실은 그렇지 않아도 비정규직 문제를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유럽의 경우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임금차이가 별로 없고 급여도 노동시간에 비례해 받는다. 기업입장에선 비정규직을 찾는 요인이 없는 셈이다.

정규직의 고용 경직성이 강하고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착취하는 형태의 이러한 후진적 고용시장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비정규직문제는 영원히 해결될 수 없다. 현재의 왜곡된 고용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노동계와 정부,재계가 머리를 맞대고 핵심 사안에 대해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 당장 비정규직의 대량해고를 막기 위해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연장하는 동시에 정규직의 철밥통을 깨는 방향으로….

윤기설 노동 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