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등 불가피한 경우 주공에 의무매각 않고 사고팔 수 있도록


국토해양부는 판교신도시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계약자들이 불가피한 사유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대한주택공사에 의무적으로 되팔아야 한다는 내용을 고쳐 시장에서 직접 팔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인간의 분양권 전매를 사실상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국토부 관계자는 25일 "판교신도시는 주공이 우선 사들여야 하는 환매대상 지역이지만 이를 해제할 수 있는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판교신도시 집값이 하락할 것을 우려해 미리 주공에 아파트 환매를 요청,손해를 줄여보고자 하는 '얌체 계약자'들을 막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주공은 현재 계약자들 중에 전매금지기간 이전에 직장이전·이민 등 해당 주택에 거주할 수 없는 특수상황이 발생할 경우 주공이 환매해 주는 규정을 역이용하는 사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판교신도시는 전용면적 85㎡형 이하는 7년,85㎡형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5년 동안 전매가 금지돼 있다.

판교의 분양권 부분 전매거래가 거론되는 이유는 채권입찰제가 적용된 중대형 아파트 영향이 크다. 채권입찰제란 시세차익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아파트 단지에 적용되며 분양가 이외에 제2종 국민주택채권을 많이 매입한 청약자에게 우선 당첨권을 주는 제도다. 판교 분양 때에는 대부분의 청약자들이 채권 상한액을 적어냈다.

판교의 경우 분양대금 외에 2억8000만~8억원 이상의 채권을 구입해야 당첨권에 들었다. 채권을 할인해 팔 때는 38~39% 수준의 손실이 발생했다. 예를 들어 분양가가 5억1000만원인 아파트를 당첨받으려면 2억8000만원 정도의 채권을 매입해야 했고 채권을 금융기관에 팔면 1억7000만원만 돌려받았다. 이 아파트의 실제 분양가는 6억2000만원이 된다는 뜻이다. 판교신도시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채권매입 부담을 더하면 3.3㎡(1평)당 분양가가 1800만원에 이르렀다.

문제는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분양자가 채권매입손실액까지 모두 되돌려 달라는 데서 시작됐다. 현재 환매요청 규정에는 △질병치료·취학·결혼 △직장 이전 △해외 이민 △상속받은 집으로 세대원 전원 이사 등 특별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주공은 최근 이들 특별상황의 일부 계약자에 대해 채권손실액을 보존해주면서 계약을 해지해 줬다. 하지만 지금은 채권손실액을 주지 않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이 계속돼 분양자의 계약 해지가 몰리면 주공으로서는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주공은 채권매입금액과 분양가는 엄연히 성격이 달라 분양금액만 다시 주는 것이 맞다며 국토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황이다. 중소형 아파트 역시 시세가 분양가 밑으로 떨어지면 주공은 손해를 봐야 한다.

국토부도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판교신도시를 환매 대상지역에서 푸는 방안을 검토하게 된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도입된 제도가 자칫 기존 계약자들의 집값 하락에 대한 도피처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주공이 우선 매입을 하지 않고 시장에서 거래하도록 하면 주공은 채권손실액까지 보존해야 한다는 분양자들의 항의를 막을 수 있고 기존 계약자들도 시장가격에 맡겨 팔면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만약 국토부가 판교신도시를 환매 대상지역에서 풀어주면 분양자들이 전매가 필요한 경우 주공에 우선 매입을 요청한 뒤 주공이 이를 거부하면 시장에 팔 수 있게 된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