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현실적으로 등록금 동결이 어렵습니다. 솔직히 사립대총장협의회의 '묵시적' 합의가 무슨 구속력이 있습니까. "

'내년 등록금 동결 또는 최소 인상'이라는 사립대총장협의회의 최근 발표에 대해 사립대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합의도 안된 사안이 언론에 보도돼 학교 측의 입장만 곤란해졌다는 성토다.

이배용(이화여대 총장) 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은 지난 22일 포항에서 열린 사립대총장협의회 세미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등록금 동결에 대한 대학 간 합의가 이뤄졌나"는 기자의 질문에 "대학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일괄 답변이 어렵고,이날 세미나에 모인 총장들끼리 묵시적인 합의를 했다"고 애매하게 답했다.

이처럼 설익은 논의가 23일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되자 이에 동조하지 않았던 사립대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화여대는 국내 대학 중 등록금이 최고로 비쌉니다. 지금까지 그만큼 비싸게 받아왔으니까 동결해도 상관없겠지요. 하지만 우리 대학은 매해 소폭만 인상해왔고,등록금도 낮은 편입니다. " 서울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전국 140여개 사립대 간의 격차를 무시할 수 없다"며 "특히 등록금 책정은 총장 혼자서 결정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의 또 다른 기획처장은 "우리 총장은 세미나에 참석도 하지 않았다"며 "협의회가 언론을 상대로 '쇼'를 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협의회가 내년 대학 등록금을 동결 또는 최소한 인상하겠다는 충정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등록금 동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사립대 간 등록금 격차가 워낙 큰 데다 협의회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강요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년 가파르게 오르는 등록금에 허리가 휜 학부모와 학생들은 '등록금 동결'이라는 모처럼의 희소식에 크게 기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일부 형편이 나은 대학들만이라도 내년 등록금 동결에 합의하고 이를 언론에 공식 발표하는 게 어떨지 제안해본다.

성선화 사회부 기자 doo@hankyung.com